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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이제, 사회대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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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 민주공화제의 역사적 순간이 왔다. 야당 주도의 국회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세우며 정치적 중립을 존립 기반으로 하는 국군을 동원해 헌정 파괴를 시도한 대통령을 파면하는 신성한 의식이 남았다.

이 헌법적 의식의 성공이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의식의 주관자인 재판관들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면 헌정 위기를 헌법재판을 통해 극복하는 한국 민주공화제의 회복력을 확인하는 소중한 역사가 이어질 것이다. 만일, 상상하기조차 힘든 가정이지만, 헌법적 소명을 저버린 일부 재판관들이 삿된 법기술을 부려 몽상적 권력자가 권력의 자리에 복귀한다면 주권자 국민의 직접행동으로 그를 단죄함으로써 민주공화제를 회복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 선도국으로 발전해온 그동안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볼 때 시대착오적인 쿠데타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낸 국민과 그 대표기관인 국회와 더불어 헌재가 헌법 수호의 사명을 충실히 감당해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도, 너무도 뜬금없고 명명백백한 국헌문란을 국민 계몽용이라고 강변하는 부적격자를 파면하는 데 무려 122일이나 걸린 것이 아쉽기는 하다. ‘흠결민주국’으로 전락시켜 ‘완전민주국’의 국격과 사회적 자본을 상실한 피해를 어떻게 보전할지 걱정이다. 그러나 잃는 것이 있다면 얻는 것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원칙과 상식을 거스르는 궤변과 선동으로 헌법적 정의를 지연시킨 탓에 민주화의 성취감에 젖어 놓치고 있었던 우리 사회의 여러 민낯을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자.

무엇보다 모두가 공존·공생·공영하기 위한 기본 약속인 헌법을 막무가내로 무시하고 모독하는 정치 세력이나 공직자들이 우리 사회에 단단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들이 소환하는 국민의 뜻이 민주공화국의 모든 국민이 아니라 내 편만을 모은 그들만의 뜻이고, 법치가 모두에게 평등한 법치가 아니라 그들의 권력 유지에만 복무하는 선별적 법치일 뿐임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할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의회민주주의와 사법 정의를 부정하는 폭동을 옹호하는 반헌법적 세력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

내란 방조 혐의에도 불구하고 친위쿠데타의 속성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를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가 보여준 위헌적 행태는 내란의 뿌리가 되는 구조적 배경을 생생히 증명한다. 최고위층 관료 출신들이 헌재의 위헌 결정마저 무시하고 국회 선출 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해 헌법재판에 구조적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상설특검의 임명을 거부하는 직무유기와 법률안 거부권의 무차별적 남발 등 헌법 부정을 다반사로 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 있다.

사법 정의를 부인하고 권력 오남용을 일삼은 내란죄 피고인의 구속취소를 수용한 검찰은 이전부터 헌법 무시를 서슴지 않는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온 죄과만으로도 그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지 오래다. 내란 사태를 정쟁화하는 정치 세력과 공직자는 물론 헌법파괴자의 추종자들에게 민주화의 성취물인 표현의 자유를 역설적으로 남용해 공론장을 오염시킬 기회를 제공한 일부 언론 또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제 헌법파괴자 대통령에 대한 파면만으로 민주 헌정이 온전히 회복될 수 없고 그 너머 사회대개혁이 요청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헌법파괴자들이 명분으로 내세운 자유민주주의가 그들만의 자유와 독재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실체가 명백히 드러났으므로 주권자 국민이 주도하는 진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대개혁의 필요성이 확인된 셈이다.

헌법 무시와 모독을 근간으로 하는 내란 사태를 통해 그동안 1987년 헌법의 문제점만 내세우고 그 성취는 소홀히 하는 근시안적 개헌론의 실체 또한 드러났다. 내란 시도를 실패한 쿠데타로 만든 것이 현행 헌법의 저력임을 잊지 말자. 내란의 뿌리가 민주화의 일상을 체화한 일반 시민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상층엘리트’들의 문화적 지체에 있음 또한 기억하자. 사회대개혁의 시대적 과제가 백가쟁명의 원심력으로 휘발되지 않고 질서 있는 선택과 집중의 구심력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자. 탄핵을 넘어, 대의민주제의 한계를 딛고, 주권자 국민이 주도하는 사회대개혁의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경향신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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