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국경검문소에서 시위대가 ‘관세를 멈춰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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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그동안 한·미 양국 간 사실상 0% 관세의 근거가 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껍데기만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지만, 한국은 FTA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관세 불균형’에 놓이게 됐다.
2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미국은 FTA 체결국 가운데 호주·칠레·콜롬비아·페루·싱가포르 등 11개국은 기본관세율인 10%를 적용했다. 이스라엘(17%)·니카라과(18%)·요르단(20%) 등도 한국보다 낮다. 미국이 20개 FTA 체결국 중 한국에 가장 높은 관세율을 부과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관세를 면제받으면서 미국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유럽연합(EU) 등에 비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한·미 FTA 체결로 사실상 관세를 매기지 않는 양국의 상황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이 미국을 따라 관세율을 높이기는 힘들다. 한국 입장에서는 ‘상호 공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미국은 이를 ‘보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에 대해 몇 배 더한 ‘응징’으로 되갚고 있다. 일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선 적극적 맞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주한미군 등 안보 문제가 얽혀 있는 한국이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FTA를 무력화하기도 어렵다. FTA에는 관세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개방·인증제도·원산지규정 등 비관세적인 규정이 포함돼 있어서다. 한국은 기존 FTA 틀 안에서 재협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를 미국이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재협상을 위해서는 양국 모두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결국 FTA와 별개의 협상으로 관세율을 낮추는 게 현실적인 차선책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USMCA를 준수하는 제품에 한해서만 이날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를 유지하겠다면서 향후 이 조치가 중단돼도 USMCA 준수 상품에 대한 비과세는 유지하고, 미준수 상품에 대한 관세율은 25%에서 12%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한 통상 전문가는 “멕시코 아보카도, 캐나다 목재 등과 같이 미국이 양국으로부터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초크 포인트(choke point·요충점)’가 있다”며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날 “미국이 한·미 FTA를 지목해 얘기했던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 얘기는 성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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