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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대 양당에 ‘민심의 죽비’ 내려친 4·2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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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2재보궐선거 투표일인 지난 2일 전남 담양군 담양읍 제2투표소가 마련된 담양문화회관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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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기초단체장·부산시교육감 선거서 참패





민주당도 텃밭서 패배…정치권에 보낸 경고 새겨야



엊그제(2일) 실시된 기초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 이번 선거는 그 규모가 작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치러져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심의 향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기초단체장 다섯 곳 중 국민의힘은 텃밭인 경북 김천시장 선거만 이겼을 뿐 네 곳에서 패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빼앗긴 경남 거제시장은 국민의힘 지지층 상당수가 이탈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 변광용 당선인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졌으나 이번엔 56%가 넘는 득표율로 여당 후보에게 압승했다. 지난 선거에서 떨어진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꺾은 결과는 충남 아산시장 선거에서도 나왔다. 오세현 당선인은 57.52%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전만권 후보를 물리쳤다. 국회의원 선거가 없었던 이번 재·보선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으로 후보를 내지 않은 서울 구로구청장을 포함해 여당 차지였던 단체장 세 곳을 민주당에 빼앗겼다.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고전해 경기도의회의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게 됐다. 지난번 선거에서 경기도 유권자들은 78대78 여야 동수의 균형을 택했으나 이번 도의원 선거에선 군포4선거구와 성남6선거구 모두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결로 주목을 받은 부산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진영의 김석준 당선인이 이겼다. 보수 후보의 단일화 실패 탓도 있지만 두 보수 후보가 얻은 표를 합쳐도 김 당선인에게 못 미치는 초라한 패배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면에서조차 국민의힘이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의 민심을 도외시한 채 골수 보수 지지층에만 매달려 온 결과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채 해병 사건’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 등에 안이하게 대처해 참패하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충격적인 비상계엄 이후에도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 없이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같은 사안에 집착해 중도층이 등을 돌리게 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유권자의 심판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승리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 민심은 민주당에도 경고를 보냈다. 전통 강세 지역인 전남 담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에게 패했다.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이재종 후보를 총력 지원했으나 소용없었다. 덩치만 커진 채 무모한 탄핵에 매달린 제1 야당 역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경고다. 이번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의 죽비’를 계속 무시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민심에서 더욱 멀어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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