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종료 이끈 mRNA 백신…당시엔 정확한 기전 못 밝혀
김빛내리 교수 연구팀 '핵심 단백질군' 규명…"세계 최초"
K-백신 개발 단초
IBS(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이 mRNA 백신의 작동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강력한 노벨과학상 후보로 꼽히는 세계적 석학 김빛내리 IBS(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이하 교수)이 그간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mRNA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빛내리 교수 연구팀이 '외부 mRNA'가 몸에 들어갔을 때 생기는 생체 반응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이날 공개됐다.
2020년 말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던 시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모더나, 화이자 등은 mRNA 기반의 백신이다. mRNA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생체 분자다. 말 그대로 '메신저(전령)'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메신저리보핵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mRNA 기반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체내에 주입해 몸속 세포가 항원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이같은 mRNA 백신을 만든 독일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지난 2일 서울대에서 열린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김 교수는 "mRNA가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고 조절되는 원리는 수십 년간 심층적으로 연구됐지만, mRNA 백신처럼 외부에서 만들어 인체로 주입하는 '외부 RNA'가 몸에 들어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선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고 했다. 2020년 코로나 백신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기보단, 여러 변형 염기를 실험한 결과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염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2일 서울대에서 열린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김빛내리 IBS RNA연구단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사진=IBS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구팀은 먼저 변형하지 않은 일반 mRNA와 코로나 백신에 사용된 'N-1 메틸수도유리딘'이라는 변형 mRNA를 주입했다. 각 mRNA가 생체로 들어가면 형광 단백질을 만드는데, 형광의 활성화 정도를 확인해 mRNA의 기능을 도와주는 물질과 방해하는 물질을 구분할 수 있다.
외부 mRNA가 체내로 주입될 때 생기는 반응을 설명하는 모식도 /사진=IBS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선 세포막 표면에 있는 '황산 헤파란' 분자는 mRNA를 감싼 지질나노입자와 결합해 입자가 빠르게 세포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왔다. 이어 양성자 이온 펌프 'V-ATPase'가 소포체 내부를 산성화해 지질나노입자가 양전하를 띄도록 했다. 소포체는 단백질 형성이 이뤄지는 세포 내 작은 기관을 말한다. 소포체가 산성화되며 소포체의 막이 일시적으로 파열됐고, 깨진 틈으로 mRNA가 들어갔다.
김 교수는 "트림 25가 mRNA를 파괴하는 물질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트림 25를 회피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향후 mRNA 백신의 안정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팀이 개발해 특허를 보유 중인 기존 mRNA 염기 변형 기술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의 염기 변형 기술을 개발할 실마리가 된다는 의미다. 이같은 기술은 곧 'K-백신(한국형 백신)' 개발의 기반이 된다.
김 교수는 "mRNA 백신을 맞으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가 좋은 성과로 이어지게 됐다"며 "이번 연구는 RNA뿐만 아니라 면역, 세포 신호 분야에서도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