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6% 관세폭탄]
관세 차트 들고 로즈가든서 관세쇼
“韓-日이 부과하는 비관세 장벽 최악… EU 우릴 착취, 대만은 반도체 가져가”
USTR 보고서 흔들며 “읽으면 분노”… 中 겨냥 “美에 67% 관세 부과”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내 정원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 등 60여 개국에는 각기 다른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워싱턴=신화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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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다. 미국의 경제적 독립을 선언한다.”
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내 정원 ‘로즈가든’. 여러 개의 거대한 성조기를 배경으로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예고했던 ‘글로벌 상호관세’ 부과 정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제조업이 다시 태어날 것이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겠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별 상호관세를 언급할 때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으로부터 건네받은 커다란 차트를 활용했다. 이 차트의 왼쪽엔 미국이 분석한 특정 국가의 대(對)미국 관세율, 오른쪽엔 미국이 이번에 그 국가에 부과할 상호관세율이 적혀 있었다. 사실상 ‘트럼프표 관세 단두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사장 객석에는 작업복과 헬멧을 착용한 자동차 및 철강 노동자, 중장비 기술자, 트럭 운전사 등이 여러 명 앉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인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이번 관세 조치가 쇠퇴한 미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취지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읽으면 정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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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가든은 역대 미국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 자주 사용해 온 장소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뒤 처음으로 이곳에서 열린 행사에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다는 건 그만큼 그가 관세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역에서만큼은 우방이 적보다 나쁠 때가 많았다”고 쏘아붙였다. 또 주요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상호관세율을 매겼다. 뉴욕타임스(NYT)는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때론 비관세 장벽이 관세보다 더 해롭다”며 “자국 통화 가치 조작, 보조금을 통한 수출 지원, 미국의 지식재산 훔치기, 높은 부가가치세(VAT) 부과로 미국산 제품을 불리하게 만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가 내놓은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를 흔들며 “누구든지 열람 가능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분노하게 된다”고도 외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이 보고서에서 조건부 무기 거래 관행인 ‘절충교역’을 문제 삼는 등 7쪽에 걸쳐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지적한 바 있다.
● “수술은 끝났고 환자는 살았다”
중국을 향해 “미국에 67%의 관세를 부과한다. 여기엔 중국의 환율 조작과 무역 장벽 등도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에는 “EU라고 하면 대부분 친근하게 들리겠지만 그들은 우리를 착취해 왔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에 대해선 “우리에게 90%의 관세를 부과한다”, 대만에는 “미국의 모든 컴퓨터 칩과 반도체를 가져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본과 인도를 겨냥해선 각각 “정말 강한 나라”, “매우 터프한 나라”라고 비꼬았다. 차트 순서상 7번째로 인도 다음에 적혀 있던 한국에는 구체적인 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다음 날인 3일에도 상호관세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수술이 끝났고 환자는 살았다. 그리고 회복 중이다. 환자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커지고, 좋아지고, 회복력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를 ‘환자’, 관세 정책을 ‘수술’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자신이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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