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수)

정선의 고향 한양과 일만이천봉... 춘삼월, 묵향 품고 온 진경산수화 [Weekend 문화]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 대표화가 '겸재 정선'展
6월 29일까지 용인 호암미술관서
삼성문화재단 165점 공개 최대 규모
겨울 금강산 설경 그린 '금강전도'
여름 빗물 스민 산자락 '인왕제색도'
기세 넘치는 필치로 명승지 담아내


금강전도. 호암미술관 제공 인왕제색도. 호암미술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용인(경기)=유선준 기자】 종령각답수금편(縱令脚踏須今遍·비록 발로 밟으며 지금 두루 다닌다 한들) / 쟁사침변간불간(爭似枕邊看不·머리맡에 두고 실컷 보는 것만 하겠나)

조선 회화사의 상징이자 진경산수의 창시자인 겸재 정선(1676~1759)의 대표작 '금강전도'에 적힌 시구의 일부다. 절경인 금강산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마음 편히 작품으로 감상하는 게 더 낫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실경과 맞먹는 다양한 색채와 구도로 그림이 살아 숨쉬는 듯하다.

조선 대표 화가 정선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는 '겸재 정선'전(展)은 오는 6월 29일까지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올해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 내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맞아 정선을 주제로 개최된 삼성문화재단의 최초 전시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시 준비 기간만 3년이 걸렸다. 이번 전시에서 정선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작품 총 165점을 선보인다. 18세기 조선 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정선은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당시 화단을 이끌었다. 그런 정선의 화업을 보여주기 위해 호암미술관과 대구 간송미술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8개 기관과 개인 등을 통해 구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1·2부로 나뉜다. 1부 '진경에 거닐다'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흐름과 의미를 조명한다. 정선이 처음 그리기 시작하고 다양하게 변주한 금강산과 정선이 나고 자랐던 한양 일대를 그린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이외에도 개성, 포항 등 다양한 지역의 명승지를 통해 정선 진경산수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겨울 금강산인 개골산을 그린 그의 대표작 국보 '금강전도'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린 18세기 중엽의 진경산수화다. 뾰족한 암산과 나무숲이 우거진 토산은 오로지 점과 선만으로 뚜렷하게 대비돼 표현됐다. 그가 여러 차례 금강산 일대를 여행하며 실경을 그린 이 작품은 수많은 봉우리가 모두 한눈에 들어오도록 하는 특징이 있어 금강산의 웅장함을 엿볼 수 있다. 1751년 작품인 국보 '인왕제색도'도 거침없는 그의 필선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에 담긴 다양한 변형은 정선의 노년기 작품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정선은 여름날 소나기가 내린 후 개기 시작한 하늘 아래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인왕산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물기가 남아 있는 거대한 암벽을 진한 먹으로 중첩시키고 다른 산들은 빠른 필선으로 간략하게 표현해 인왕산의 육중한 골격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양감이 풍부한 암벽의 처리, 농묵으로 능란하게 처리된 소나무들, 걷히는 비구름 밖으로 돋보이는 굴곡이 심한 산봉우리, 생동하는 전체의 경관 등에서 완숙한 경지에 오른 정선의 필치를 느낄 수 있다.

정선이 1711년에 그린 풍악도첩의 '금강내산총도'와 1747년 작품인 해악전신첩의 '금강내산'도 나란히 자리한다. 작품들은 정선이 36세와 72세에 각각 작업한 것으로 '금강산 그림의 대가'로 불리는 정선의 화풍이 변모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초반에는 정물을 디테일하게 그려냈으나 노년기에는 세부적인 묘사를 대신해 안정적인 구도 속 힘있고 기세 넘치는 필치를 선보인다.

2부 '문인화가의 이상'은 진경산수화 외에도 문인화, 화조화 등 정선이 그린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정선의 예술 세계 전모는 물론, 그가 가지고 있던 문인 의식과 집안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2부 전시의 대표작은 보물로 지정된 '여산초당'이다. 여산은 당대 문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중국의 산이다. 한국 땅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정선은 수직 절벽과 짙푸른 수목 등 특유의 화법을 통해 상상 속 산인 여산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런 이유로 관념산수화로 분류되는 이 작품의 또 다른 관전 요소는 '색채'다. 작품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자유자재로 사용한 색채는 '여산초당'이 진경산수화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와 별도로 '연강임술첩'은 1742년 당시 경기도관찰사 홍경보가 관내의 연천현감 신유현과 양천현령 정선을 불러내 연강(지금의 임진강)에서 뱃놀이를 즐겼던 것을 2점의 그림으로 기록하고 시문을 더한 작품이다. 이들은 세 벌의 서화첩을 만들어 나눠 가졌고 이 중 정선의 소장본과 홍경보가 소장했던 작품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전시된다.

이밖에 1000원 지폐 뒷면의 그림인 '계상정거도'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이 작품은 퇴계 이황이 머물던 도산서당을 그린 것으로, 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에 실려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