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의대생’은 단순한 신분이 아니다. 초엘리트의 상징이자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힘이 된다. 입시의 정점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해진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모 의대생 사건이 그랬다. 가해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의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엘리트가 왜 그랬을까”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4년 전 사고사로 숨진 의대생 사건도 비슷했다. 한강에서 친구와 함께 있다 실종된 의대생 손모 씨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전한 귀가를 바란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숨진 채 발견된 이후에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당시에는 ‘한강 의대생 사건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한진사)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이들은 경찰이 해당 사건을 단순 사고로 종결하려 하자 담당 경찰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실종 사건과는 분명 사회적 분위기가 달랐다.
결국 의대생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만든 건 이들에 대한 ‘특혜’가 아닌 정부의 ‘원칙’ 준수였다. 정부는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0명 증원’ 계획을 밝히면서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학칙에 따라 제적 등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생들은 제적 처리된 2명과 군 휴학자 등을 제외하고 전원이 등록·복귀했다. 의정 갈등 1년여 만이다.
정부는 단순 등록이 아닌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 것까지를 ‘복귀’로 보겠다는 방침이다. 의정 갈등의 끝을 정부나 의대생의 승패로 볼 문제는 아니다. 그 사이 붕괴된 의료체계의 복원에 의대생도 이제 응답해야 한다.
[이투데이/정유정 기자 (oiljung@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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