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가 칩 제조 운영사를 합작 설립하는 데 잠정 합의하면서 인텔과 TSMC 간 공생관계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재정난과 기술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처한 인텔에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파운드리 사업을 정상화할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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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의 IT 전문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두 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인텔과 TSMC 양사 경영진이 최근 인텔의 제조 공장인 파운드리 부문을 운영할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인텔과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이 합작회사에 대한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지분 2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TSMC는 합작 회사의 지분 20%를 받는 대가로 일부 제조 기술을 인텔과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생산 합작 회사의 규모나 합작회사가 인텔의 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 세부 사항은 밝혀지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자본이 주도하는 형태로 미국 내 생산을 중시하는 미국 행정부에 대한 기조가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 합작 투자가 지난 3월 TSMC가 인텔의 팹 운영을 위해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에 합작 투자를 제안한 것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TSMC가 트럼프 행정부 요청에 따라 인텔 공장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인텔과 TSMC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양사 합작은 TSMC가 경영 부진에 시달리는 인텔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인텔에 반도체 제조 방법을 전수하고 이를 수행할 인력도 교육할 예정이다. TSMC 입장에선 투자금을 최소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협력 요청에 응했다는 생색도 낼 수 있는 셈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최근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인수에 대해 부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인텔 내부에서는 두 회사가 밀월관계에 돌입하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텔과 TSMC는 장비와 제조 공정이 다르다. TSMC의 노하우 전수가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인텔 내부에선 합작 투자로 대규모 해고에 직면하게 될까 봐 우려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도 불분명한 상태다. 심의 과정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TSMC의 투자도 트럼프 행정부가 등을 떠밀다시피 한 것과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적자의 늪에 빠진 인텔을 구하기 위해 TSMC에 인텔 공장 인수 또는 기술 합작을 요구했었다. TSMC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보조금 철회 위협, 대만에 부과된 32% 상호관세, 반도체 관세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압박이 거세지자 TSMC는 지난달 미국 공장에 추가로 1000억달러(약 15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디 인포메이션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최대 칩 제조업체인 인텔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텔과 TSMC의 협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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