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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목)

재계 “경제살리기 매진할 때…규제·관세 리스크 해소 희망” [헌재 尹대통령 전원일치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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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이후 기업 의사결정 수개월째 올스톱

美관세폭탄 대응할 정치 리더십 회복 절실

민관협력체제 복원, 대내외 리스크 떨쳐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경제6단체장과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 왼쪽부터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 권한대행,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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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지켜본 경제계는 정치 불확실성이 조금 줄었지만 기업들이 맞닥뜨린 대내외 리스크는 여전하다며 정치 리더십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4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경제계는 정치체제가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아 우리 기업들을 덮친 규제 및 관세 리스크 해소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주요 의사결정은 수개월째 올스톱 상태”라며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기업의 경영활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이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재계 관계자는 “1차적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이젠 모두가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만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올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급등하는 환율 탓에 기업들은 연초부터 경영전략을 다시 짜며 외환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경기부진의 장기화 역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기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2022년 4월 이래 37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고 있다. 매달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내수·수출·투자 BSI는 10개월 연속 ‘트리플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건설·철강·석유화학 업종의 기업들은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자금사정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주력 업종인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은 중국의 부상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정치 리더십 공백의 문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압박 대응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탄핵정국의 장기화로 정상 외교가 멈추면서 외교 협상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래 관세 부과와 보조금 축소 등 통상 압박이 연일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해외 대관조직을 통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민관합동의 한 축인 정부 역할 없이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수출 산업의 경우 정부 대 정부로 이뤄지는 세일즈 협상이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 리더십 공백 상태에선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정치 리더십이 복원되면 가장 우선 착수해야 할 사안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관세 대응을 꼽는다.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정상 대 정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그 점이 안 돼 아쉽다”며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정치 환경이 안정돼 대미 협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2일(현지시간)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10%의 ‘기본관세’(보편관세)와 국가별로 관세율에 차등을 두는 ‘상호관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분야 관세 도입이 “아주 곧(very soon)”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이어 반도체 관세까지 조만간 도입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국의 대미 수출 1, 2위 품목이 모두 ‘트럼프발 관세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됐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당장 국내에서 생산한 반도체 가격이 올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에 25% 관세 부과 시 수출이 10% 안팎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뿐만 아니라 반도체 보조금 축소 압박까지 동시에 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미 사업 전략을 놓고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미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 건설을 확정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아울러 미·중 통상갈등에 놓인 우리 수출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적 이슈에 대응해 해외 신규 거래처를 발굴하고, 대체 수출입처를 물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신산업 투자를 막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 등 기업 경영에 미칠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1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달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일단 급한 불을 끈 상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무기 삼아 압박하고 중국이 첨단산업 경쟁력을 키워 올라오는 마당에 국내에선 오히려 규제에 힘을 쏟는 정치 환경이 안타깝다”며 “정치 리더십이 복원되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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