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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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한국경제와 1000만 투자자의 활로를 열겠습니다.”
4년 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우리나라 자본시장 활성화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날 2590.13포인트(p)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작년 12월 2360.18p까지 떨어졌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나고 투자심리도 무너지면서다.
출발은 좋았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대통령 공약에 자본시장 관련 정책이 이렇게 많이 언급된 건 처음 겪는 일”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중심에 둔 주주 친화적인 공약이 쏟아지자 코스피 3000p 탈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낸 건 ‘세제 지원 강화’ 하나에 그친다. 나머지 정책은 모두 빈틈이 있었고,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데 불을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5가지 공약을 하나씩 살펴보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주최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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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일 ‘한국거래소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발언으로 동학개미(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지지를 얻었고, 결국 금투세는 시행 약 3주를 남기고 국회에서 폐기됐다.
2022년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기념식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한국거래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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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약속인 ‘신사업 분할 상장 시 투자자 보호 강화’는 전형적인 땜질 처방으로 끝났다. 이 문제가 불거진 건 3년 전 LG화학이 알짜 부서인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하면서다. 기업공개(IPO)로 회사는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황금알을 잃은 LG화학 주주는 주가 하락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학계에선 5년도 너무 짧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2월 열린 ‘상법·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특별 세미나’에서 김홍기 연세대 교수는 상장 금지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2024년 8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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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약속인 ‘내부자 무제한 지분 매도 제한’은 내부자 사전공시 의무제로 이어졌지만, 이 역시 반쪽짜리였다. 작년 7월부터 상장사 임직원은 회사 주식을 팔기 30일 전에 거래 목적과 금액을 공시해 왔다. 시장에선 주가가 급등락하는 증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란 평가가 나왔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9% 가까이 빠진 제2의 블랙먼데이(지난해 8월) 사태가 와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임직원은 추격 매수를 할 수 없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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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약속인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은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방식으로 실현됐다.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불법 공매도를 잡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그전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다. 과거 공매도가 금지됐던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모두 전 세계가 위기를 겪을 때였다.
이 탓에 공매도 금지의 명분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홍콩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은 정치에 따라 정책을 이랬다저랬다 하는 이미지가 됐다”며 “해외에선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31일 공매도가 재개되자마자 외국인은 1조5000억원어치 물량을 쏟아내고 나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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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약속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획기적 개선’이었다. 이 약속은 이사가 충실해야 할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넓히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정부가 반대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단 평가가 뒤따랐다. 자본시장 참여자 다수는 정부가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아닌 상법 개정을 원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이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내 경제팀(F4)에선 파열음이 들린다. 직을 걸고서라도 상법 개정안의 거부권을 막겠다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계셨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원장은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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