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총회 "생각 다른 이들과 이길 수 있나"
"폐족 됐다" 패배주의도
주말 사이 민심 경청…다음주 대선체제 돌입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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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귀만을 바라보던 국민의힘은 그의 파면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머리를 맞대고 대응방안 논의에 나섰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 사태의 책임자를 색출하는가 하면 집단 패배주의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4일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당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참담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된 데 이어 헌재의 선고가 늦어지면서 탄핵이 기각·각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근 최고조에 이르렀던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지도부와 선고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생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헌재의 판단은 헌정 질서 속에서 내린 종국적인 결정이다. 우리는 이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임을 굳게 믿는다"며 공식적인 승복 의사를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많은 국민들이 느끼셨을 분노와 아픔에 대해서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라며 "국민 여러분들께서 주시는 비판과 질책, 모두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현실화한 조기대선을 받아들였다. 권 원내대표는 "두 달 후면 대선이다. 시간은 촉박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될 선거다"라며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 가꿔온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단결된 힘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려는 모든 시민들, 안정과 통합을 바라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며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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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 지도부의 다짐이 무색하게 곧바로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선 당내 혼란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탄핵에 찬성했던 일부 의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발언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격앙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해당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덕흠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생각과 이념이 같지 않은 분들이 함께해서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나'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끝내 구체적인 조기대선 대응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논의를 유보했다. 오는 6일 의총을 다시 열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출범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대선모드로 전환하기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실망했을 지지층을 달램과 동시에 민심을 경청하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구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강성 지지층을 고려했을 때 우리 당이 당장 이번 주말까지는 대선 이야기를 대놓고 꺼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 "상황이 되는 의원들은 지역구에 가 민심 수습을 하려고 한다. 저도 주말에 지역구에 가 지지자들 이야기를 듣고 달래고자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하기 전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교되는 행보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다음 날 선관위 구성에 돌입했고, 대선 후보 선출에 있어서도 야당보다 속도를 냈다. 이는 탄핵을 반대해 온 강성 지지층의 분노뿐 아니라 당의 혼란한 상황을 회복하기 위한 일종의 조정 기간으로 풀이된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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