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파면]
‘평화적 계엄’ 尹측 주장 반박… “尹, 국회 해제요구권 행사 방해”
“국가권력, 헌법 테두리서 결정”… 비상대권도 사법심사 대상 강조
차기 대행 등 두드려주는 文대행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선고한 뒤 퇴정하며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두드리고 있다. 문 권한대행이 18일 퇴임하면 임명일과 연장자 순서에 따라 김 재판관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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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윤석열 전 대통령)의 통제 등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는 결정문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는 이유로 법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며 이렇게 적시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즉각적인 해제를 전제로 한 잠정적·일시적 조치”라는 윤 전 대통령 측의 ‘평화적 계몽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받아들여 계엄을 해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 해제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뿐 피청구인이 행한 법 위반까지 중대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계엄 해제 여부와 관계없이 윤 대통령은 파면에 이르는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렀다는 취지다.
● 헌재 “경고성 계엄, 존재할 수 없어”
4일 헌법재판소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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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이날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즉시 피청구인은 평상시에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며 “경고성, 호소형 계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고 호소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경고성 계엄, 호소형 계엄을 주장해 온 것을 정면으로 배척한 것이다.
헌재는 경고성 계엄 주장은 헌법과도 배치된다고 봤다.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이 사건 계엄을 중대한 위기 상황에서 비롯된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위기 상황으로 인해 선포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는 그 본질상 경고에 그칠 수 없다”며 “입헌주의 법치주의 국가에서 국가권력은 언제나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는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고 주장한 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며 사법 심사 대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헌재는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서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행해지는 국가 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후 첫 피의자 조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한 다음 묵비권을 행사하고, 공수처의 추가 조사도 모두 거부한 바 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트럼프 판결’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0년 대선 뒤집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면책특권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대해 법원이 심사할 수 없다는 취지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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