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업계 전문기자가 쓴 신간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스티브 잡스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오 와우…."
스티브 잡스의 여동생 모나 심프슨에 따르면 잡스가 죽어가며 한 마지막 말이었다.
애플 창업자인 잡스는 전 세계 기업의 혁신을 좌지우지하는 실리콘밸리의 '쿠빌라이 칸'이었다.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만이 그의 명성에 어느 정도 견줄 수 있었다. 그는 여타 다른 빅테크 회장들을 압도했다.
잡스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었다.
잡스의 위대함은 단순히 테크 디바이스만 변화시킨 게 아니라 음악, 영화, 커뮤니케이션, 사진까지 변화시켰다는 데 있다. 그는 피할 수 없는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직관적인 일련의 기술 창출을 구상하고 관리 감독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
미국의 대표적인 테크 전문기자인 카라 스위셔가 기억하는 잡스의 모습과 그가 구현한 기업 철학이다. 스위셔가 쓴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글항아리)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막 움트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빅테크 산업을 일군 천재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책에 따르면 인격적으로도, 실력으로도 탁월했던 잡스에 견줘 저커버그는 "순진한" 애송이에 불과했다. 그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잡스와는 달리 매력이나 밀고 당기는 능력이 거의 없었다. 말을 더듬고, 횡설수설하며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대화 중에는 몸을 흔드는 경향(틱의 일종)이 있었다. 무엇보다 철학이 부재했다. 말과 진실 사이에선 말을 택했고, 속도와 완성도 사이에선 속도를 택했으며, 규모와 안전 사이에선 규모를 택했다.
철학이 없는 그가 수십억명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페이스북의 수장이라는 건 비극이었다. 저자는 "저커버그는 자신의 디지털 플랫폼이 가진 힘을 억제할 준비가 한심할 정도로 돼 있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의 역사에서 가장 부주의하고 위험한 남자 중 한명이지만, 본인은 그 사실조차 몰랐다"고 비판한다.
일론 머스크 |
최악은 따로 있었다.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늘 인터넷에 떠도는 음습한 밈에 깊이 빠져 있었고, 슬픔이나 짜증, 기쁨을 표현하며 자기감정을 쉽게, 그리고 어쩌면 너무 드라마틱하게 드러내곤 했다. 또한 자기 나이보다 한참 어리게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저자는 바보짓이 쌓이고 쌓여 어느 것 하나 트위터(X)를 더 낫게 만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모든 희망을 버렸다고 말한다. 저자는 "머스크는 학교 양아치 버전의 '표현의 자유' 명목 아래 트위터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인도했다"며 나아가 "더 큰 피해를 일으킬수록 더 신경을 안 쓰는 듯했다"고 비판한다.
"내가 테슬라의 일론이나 스페이스X의 일론에게 항상 동의한 건 아니지만, 트위터의 일론은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고 좋은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실제로 트위터의 일론은 진짜 재수 없는 인간이었다."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책은 이들 외에도 잡스 이후 그나마 돋보이는 역할을 했던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속내를 읽지 못해 결국 더 큰 성장을 하지 못했던 야후 창업자 제리 양, 엉뚱한 천재였던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도 함께 조명한다.
최정민 옮김. 40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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