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글로벌 수출기업 법인세 추월한 한국은행
미 증시 활황·고환율·금리 인하 덕분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하이닉스 법인세↓
3년 연속 법인세 수입 감소에 '세수 펑크'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은행이 미 증시 활황, 고환율의 수혜로 8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올해도 법인세 '2조원 클럽'에 당당히 입성했다. 하지만 경기 부진 등으로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대기업들의 법인세 납부액은 이보다 저조하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돼 실물경제 위기 시그널이 포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한은의 ‘2024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역대 2위 수준인 7조81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법인세로 2조5782억원을 납부하게 됐다. 전년(5018억 원)의 5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글로벌 증시 호황에 따라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한은은 2020~2021년에도 2조8000억원대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법인세 납부액이 많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실적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경영 성과와 경제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한은이 법인세를 납부하기 시작한 건 정부가 공공법인에도 과세했던 1981년부터다. 공공법인이지만 일반법인과 동일한 과세표준과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한은의 법인세 납부 금액이 많아진 것은 국가 재정에는 호재다. 법인세가 정부 재정 수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보다 법인세 부담액이 많다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못한 경기 부진의 신호로 읽힌다. 과거 국내 '법인세 빅3'로 불렸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한은에 법인세 납부 왕관을 내줄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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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법인세 1위 기업이었던 삼성전자의 실적은 국가 법인세 수입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2년 법인세 수입은 처음으로 100조원대를 달성하며 전년 대비 47% 증가했는데, 이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견조한 실적이 있었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2021년 삼성전자가 51조6000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영업이익이 직전 연도 대비 19% 늘어난 것이다.
순위에서 자취를 감춘 건 2023년 반도체 불황으로 11조원대 큰 손실을 기록하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며 법인세를 납부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52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실적에서 1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했지만 이월결손금 등 각종 공제 항목을 적용하면 올해 납부액은 수천억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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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실물경제의 위기"라며 "한국은행이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쟁쟁한 대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지난해 법인세 납부 1위를 했다. 이런 황당한 숫자는 처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이 줄어들면 국가의 총 세수도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국내 법인세 납부액이 62조5000억원으로 전년(80조4000억원) 대비 약 17조원 줄면서 국세 총수입이 감소해 이른바 '세수 펑크'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전년(344조1000억원) 대비 7조6000억원 줄었으며 기획재정부의 당초 예상(367조원)보다는 30조원가량 덜 걷혔다. 국세 총수입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23.3%에서 지난해 18.6%로 낮아졌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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