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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쟁이’ 트럼프 피하려는 한국 배터리...대안으로 찾은 곳은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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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공장 증설로 위기 타개
LFP 배터리로 중국에 맞불
완성차 수주 확보 전략 가속
ESS 전환으로 수요 둔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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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상호관세 폭탄이 떨어진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적극적인 시설투자 확대와 현지 고객사 확보를 통해 유럽 시장 공략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유럽 시장 내 경쟁력 확보로 북미 시장 불확실성을 타개하겠다는 계산이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발 관세 부담이 사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유럽 시장 영향력 확대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 여파로 외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배터리 소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악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위험 회피를 위한 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양상이다.

최근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삼성SDI는 이 중 3분의 1 규모인 6413억원을 유럽 헝가리 괴드공장에 투자한다. 기존 괴드 1·2공장의 유휴 용지를 활용해 전기차용 각형·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에서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총 495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각형 배터리는 삼성SDI의 대표적인 제품 형태다.

또한 삼성SDI는 LFP 배터리 양산 체제를 갖춰가며 유럽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사와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150억원, 내년 1308억원을 투자해 괴드 공장 내 LFP 전용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할 방침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는 LFP 배터리는 그간 중국 배터리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 경쟁 심화와 미국 전기차시장의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SDI는 LFP 배터리 경쟁력을 높여 유럽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LFP 배터리 수주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 덕에 수주 확정 단계에 있는 계약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연산 약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추가 투자를 통해 이 역시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따낸 배터리 수주 물량을 준비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와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어 포드와도 109GWh 규모의 상용차용 전기차 배터리 계약을 맺었다. 연산 90GWh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은 최근 유휴 생산설비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하며 전기차 수요 감소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의 대규모 ESS 프로젝트에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며 유럽 ESS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도 헝가리에 있는 코마롬 1·2공장과 이반차 공장을 통해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반차 공장은 최신 자동화 설비를 기반으로 지난해 2분기 상업 생산을 개시했다. 초기 5GWh였던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10GWh로 확대했다. 특히 가동 3개월 만에 수율 90%를 달성하며 빠른 안정화에 성공했다.

SK온은 현대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드 등 유럽 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추후 이반차 공장의 생산능력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업계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북미사업에 단기적인 악영향에 직면하는 만큼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유럽 내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고 판매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럽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중국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유럽 내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45.1%로 중국업체(49.7%)에 밀렸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며 중국산 배터리의 선호가 높아진 상황이다”며 “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 내 ESS 투자 확대와 고성능 배터리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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