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 1년 전부터 쓴 60여 편 등 언더우드 선교사 편지 첫 공개
왼쪽부터 아들 호러스 호턴 언더우드와 아버지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의 모습. /연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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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머나먼 동쪽에서 대학 교육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한국의 산업을 적극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미 한국인들은 고등 교육을 받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설립한 선교사 고(故)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가 별세하기 1년 전 쓴 편지를 비롯해 아들과 형이 14년간 뉴욕대 브라운 총장과 주고받은 편지 60여 편이 처음 공개됐다. 1915년 서울에 조선기독교대학(연희전문학교의 모체)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모교인 미 뉴욕대의 엘머 엘즈워스 브라운 총장 등과 주고받은 것으로,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약 110년 만이다.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3대 총장 호러스 호턴 언더우드가 1926년 미 뉴욕대 브라운 총장에게 보낸 편지(위 사진)와 연희전문학교 설립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가 1915년 브라운 총장에게 보낸 편지. /허경진 전 연세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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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본지가 입수한 98장 분량의 편지엔 언더우드가 미국 수준에 버금가는 대학을 조선에 세우려 했던 열망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간 뉴욕대 기록 보관소에 보관돼 있던 편지를 지난해 발견한 뒤 정리·분석한 허경진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언더우드가 명문 상과대로 손꼽혔던 뉴욕대를 모델로 삼고, 조선에서 인문학만 중시하고 상학은 천시했던 문화를 바꾸려고 애썼던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1885년 제물포항을 통해 조선을 찾은 첫 개신교 선교사 언더우드(당시 26세)는 한국에서 고아원과 교회를 세우는 등 30여 년간 복음을 전파했다. 최초의 한영·영한사전을 출판했고,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5년에는 서울에 조선기독교대를 세운 뒤 국내 대학 최초로 상과를 만들었다. 당시 언더우드 주변 선교사들은 기독교인이 밀집해 있는 평양에 기독교 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정치·문화의 중심인 서울에 대학을 세워야 한다’는 언더우드의 집요한 설득 끝에 뉴욕의 합동위원회는 1913년 2월 서울을 대학 설립지로 선정했다. 합동위원회는 한국에 선교사를 파견한 장로교·감리교 등 미국의 여러 교단이 대학 건립 등 자금과 인력을 한곳에 투입할 때 의사 결정을 하는 곳이었다.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설립한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의 후손들이 1948년 연세대(당시 연희대) 언더우드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운데 선 사람이 언더우드의 아들인 호러스 호턴 언더우드. /연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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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는 1915년 5월 브라운 총장에게 “4월 12일에 서울에서 정규 대학 업무를 시작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며 “(중략) 이와 관련하여 뉴욕대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최신 안내 책자와 교과 계획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학습을 단순히 몇 시간 동안 진행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어느 정도의 진도가 필요한지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중략) 영문학과 철학과, 물리학과가 있어야 하고 이과대학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아들(호러스 호턴 언더우드·한국명 원한경)이 한국어를 매우 빨리 배웠습니다”라며 “이곳에 오기 전에 (한국어를) 아이가 주워듣고 배운 정도였는데, 빠르게 습득해 매우 기뻤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1916년 4월 브라운 총장에게 “아들은 연희전문학교 운영 때문에 뉴욕대 학업을 포기했다”며 “저는 그런 아들이 정말 기특했다”고도 했다.
브라운 총장은 편지를 보낼 때마다 사본을 남겨놓은 덕분에 자료가 훼손되지 않고 지금까지 온전한 상태로 보관돼 있었다. 허 전 교수는 언더우드 일가가 조선기독교대를 설립·운영하는 과정에서 브라운 총장 등과 주고받은 편지·메모 57건, 설문지·보고서 2건, 기행문 1건 등 총 60편을 정리해 이달 10일 책으로 발간한다. 편지가 공개되는 올해 연세대는 개교 140주년을 맞는다.
[구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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