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봉쇄' 尹 지시와 체포 명단 등 입증돼
"기록 없었으면 지난한 공방 불가피했을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종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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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주요 국면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기록은 윤 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위법한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계엄은 경고용이었을 뿐'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은 군경 관계자들의 진술과 녹취 등으로 지체 없이 반박됐다.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측도 "수사기록이 없었다면 지난한 진실 공방이 이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수사기록이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은 12·3 불법계엄 직후부터 수사기관마다 고소·고발장이 밀려들었고, 검찰과 경찰이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헌재의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이 열린 지난해 12월 27일에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할 수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해 20명의 공범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탄핵심판 시작부터 헌재에 수사기록 인증등본 송부촉탁을 신청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관련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신청을 받아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헌재심판규칙 등에 따라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국정농단' 수사기록이 헌재에 제출된 전례가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당사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한 것 이외의 전문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원칙)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 조서의 신빙성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헌재는 4일 '전문법칙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이미선, 김형두 재판관)는 보충의견과 '앞으로는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김복형, 조한창 재판관)는 보충의견이 나왔지만,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진 않았다.
국회 측은 윤 전 대통령이 '국회 무력화' 지시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려 수차례 검찰 수사기록을 인용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네 명씩 들어가면 한 명씩 데리고 나올 수 있지 않느냐'고 얘기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던 점,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이 '아직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들어가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던 점이 대표적이다. 수사기록엔 윤 전 대통령 지시가 수방사와 특전사 부하들에게 하달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진술과 통화 녹취도 다수 포함됐다. 이진우 전 사령관을 비롯해 헌재에서 소극적으로 진술한 증인들도 있었지만, '국회에 군경을 보낸 건 질서 유지 목적'이라는 윤 전 대통령 주장을 반박하기에는 충분했다.
계엄이 '경고용'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강변을 정면 반박하는 증거들도 수사기록에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 및 주요 사령관들과 지난해 수차례 회동하면서 체포 대상에 포함된 인사를 언급하며 '비상대권을 통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진술, 계엄 선포 직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입법기구 구성 준비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았다는 진술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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