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2·3 비상계엄의 실체에 관해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4일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114쪽 분량의 결정문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곽 전 사령관은 이른바 '의원 끌어내기' 의혹 관련해 6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30분쯤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며, '인원'을 당시 본회의장 내부 국회의원들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사진 헌법재판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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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곽 전 사령관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회유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인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헌재는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사실로 인정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곽종근은 지난해 12월 9일 검찰 조사에서부터 증인신문이 행해진 6차 변론기일까지 피청구인의 위 지시 내용을 일부 용어의 차이만 있을 뿐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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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피청구인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곽종근이 갑자기 김현태와 안으로 들어가 150명이 넘지 않게 할 방법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도 비슷한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전 사령관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대부분 거부했다.
그러나 헌재는 곽 전 사령관의 사례처럼 "이진우가 피청구인과 통화하는 동안 같은 차량의 앞좌석에 앉아 있던 이진우의 전속부관이 통화 내용 대부분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싹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한 뒤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이 포함된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는 게 홍 전 차장의 주장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체포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이유는 격려 또는 일반적 간첩 수사와 관련된 얘기를 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홍 전 차장이 작성한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탄핵 공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역시 전후 정황을 볼 때 홍 전 차장의 말이 더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조태용 국정원장에게는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으면서 홍 전 차장에게는 두 차례 전화한 점, 윤 대통령이 심판정에서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육군사관학교 선배라 특별히 방첩사 업무에 관해 언급했다'고 주장한 점이 근거가 됐다.
헌재는 여 전 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는 내용도 사실로 인정했는데 조 청장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근거 삼은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헌재에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으나 검찰 조서에 적힌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날인한 것은 맞는다고 인정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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