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특유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브랜드 정체성, 페르소나, 철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이런 브랜드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키자니아에서 진행한 '키즈아니야' 이벤트 현장에 성인들이 북적이는 모습. 키자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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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이 가득한 세상, 놀이공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난 3월 14일 도시를 실제 크기(성인 기준) 3분의 2로 축소한 곳에서 잔뜩 상기된 얼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이들을 마주했어요. 소방관처럼 불을 끄고, 마약 수사관·재판관 역할을 하며 진중한 표정을 짓던 이들, 놀랍게도 전부 만 18세 이상 성인입니다.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마련한 ‘키즈(Kids)아니야’ 행사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한 광경이었죠.
파크 내 마련된 공간에서 소방관 직업 체험을 진행 중인 성인들의 모습. 키자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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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꿈이 있다”…한때 키자니어 경험한 취준생 공략
'키즈아니야'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강재형 키자니아(MBC플레이비) 대표. 키자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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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키즈아니야’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A: 키즈아니야는 ‘발견’의 개념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우연히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찾아낸 셈이죠. 그간 키자니아를 찾는 어른들은 ‘어린이 고객의 보호자’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창립 13주년 기념 CEO 메시지를 준비하며, “7살이던 어린이가 20살이 되었다”는 멘트를 읽다 문득 생각했어요. 왜 키자니아에 ‘성인 직업 체험 탐구’는 없을까. 우선 모객이 쉬운 키자니아 유경험자들을 타깃으로 잡았죠. 꿈을 찾던 시절 경험했던 추억의 프로그램을, 13년이 지나 취준생 또는 직장인이 된 지금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에서요. 자아 발견 욕구는 강한데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고, 취업할 직장은 마땅히 없는 이들에게 문을 두드렸죠.
SNS에서 화제가 된 키즈아니야 이벤트 홍보 포스터. 키자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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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표가 직접 낸 아이디어를 유관부서에 제안하니, 직원들은 처음엔 우려했어요. ‘이게 될까’ ‘운영 시간 조정은 어떻게 하지’ 등 이유 때문에요. 끝까지 밀고 나가 직원들이 믿어준 끝에 채택됐죠(웃음). ‘어른들도 꿈을 꾸고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작명은 직관적으로, 또 유쾌하게 풀어내 의미를 담으려고 했고요. 초기에는 큰 반응이 없었는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점차 입소문이 나더니 티켓이 ‘완판’되더라고요. SNS로 이색 이벤트, 재미있는 정보 등이 빠르게 공유되는 세상 덕을 봤죠. 2회차 때부터는 당근·번개장터 등에서 암표 거래가 될 정도였고요, 8회차에 들어서 잡코리아 X 알바몬에서도 러브콜을 보내 함께하게 됐어요.
환경 위생 연구소 체험관을 체험 중인 성인들. 키자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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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른들도 직업 체험을 통해 꿈을 찾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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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꿈 잃었던 청년들 ‘꿈틀’…‘네버랜드 신드롬’ 통했다
지난 3월 14일 키즈아니야 행사에서 직업 체험을 하며 파크 곳곳을 누비는 성인들. 김세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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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곳을 찾는 성인들은 꿈을 찾을 목적으로만 이곳에 방문했을까요? 키자니아는 ‘네버랜드 신드롬’이라는 현상이 키즈아니야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성인들이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나 자유로움을 유지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진 상태를 뜻해요. 사회적 변화·경제 불황·미래에 대한 불안정성이 결합하면서, 많은 사람이 과거의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됐다는 것이죠.
키즈아니야에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즐거운 경험을 할 뿐 아니라 추억을 되새기며, 어린 시절의 정서적 행복감을 되찾고자 하는 욕구가 맞물렸다는 설명인데요. 업계에서 거론하는 2025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나의 발견’인데, “MZ세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즐기고, ‘진짜 나다움’을 찾아가려는 노력의 하나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돌보고 탐구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요.
잡코리아X알바몬과 키자니아의 협업으로 열린 '어른이 이벤트' 현장. 김세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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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젊은이들은 워낙 체험형 콘텐트에 열광하잖아요, 키즈아니야는 그중 어떤 포인트를 잡은 건가요.
A: 현실 세계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업체험으로 되찾는 동심과 추억 때문이요. 이 두 가지가 적중하려면, 이벤트 기획·공간 구성·소비자 경험(서비스) 삼박자가 잘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에게도 손을 흔들며 어린아이처럼 유쾌하고 활발하게 맞이해야 하고요. 방문객 중에선 어릴 때 키자니아 공간에서 크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어른 되어서 보니 너무 작게 느껴져 울컥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꿈을 꾸었던 세대가 어느새 성인이 되어버린 점, 어른이 끌어가는 사회를 축소한 공간에서의 이색 체험, 성인이 되니 달리 보이는 것의 흥미로움 등 심리요소를 자극했죠.
Q : 판을 더 키우고 싶으신 생각은 없나요.
A: 향후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취업 박람회 형태로 확장할 계획도 있어요. 키즈아니야 역시 잘되면 프로그램화할 것을 검토 중이고요. 다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기존 어린이 위주로 가던 오리지널리티 비중을 축소하고 어른 쪽으로 가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키즈아니야 콘텐트를 디딤돌로 삼아서 성인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으로 가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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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 따라가야…‘어린이 전문관’의 과제
서울 잠실 키자니아 전경. 서울과 부산 지점 통틀어 총 100여가지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다. 키자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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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넥스트 키자니아’는 어떻게 구상하시고 계시나요.
A: 정보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키자니아는 일반 취업박람회와 다르게 가야 한다고 봐요. 정보 제공 플랫폼이 아닌, 놀이를 통한 깨달음을 얻는 공간으로요. 그러려면 우선 이곳을 찾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해요. 대외적 불안한 환경에 너무 몰입하지 말고, 내가 행복하고 잘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미래지향적으로 나갈 방법을 제시하고요.
Q: 그럼 키즈아니야도 계속될까요.
A: 10년 뒤에도 키즈아니야 프로그램이 남아 있다면 성공했다고 봐요. 콘텐트는 다양할수록 좋겠죠. 꿈을 찾고 실현하기 위한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특히 요즘 세대는 취향이 세분되어있으니 키자니아도 고객의 니즈에 맞춰 변화해야 하다고 봅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 모든 세대가 즐겁고, 행복한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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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린 기자 kim.se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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