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5일 오후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연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에서 참석자들이 민주주의 승리을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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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이 적힌 화면 아래로 다양한 모습을 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태원참사와 세월호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초코파이와 주먹밥을 시민에게 건넸고, 깃발을 가져온 시민들은 깃발 위에 12·3 내란 사태 뒤 소회와 앞으로 바람을 담은 글을 적느라 여념 없었다. “고생많았다”고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이들도, “어제는 이상하게 잠이 안 오더라”며 장난스레 투정하는 이들도 모두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하루 뒤인 5일,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 대행진’(범시민대행진)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주변에는 좌절과 분노 대신 기쁨과 감동의 분위기가 넘실댔다. 12·3 내란 사태 이후 124일만에 시민들이 염원했던 ‘승리의 날’을 이름으로 내건 주말 집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축하 고깔 모자를 쓰고 온 시민도, 직접 만들어 온 ‘탄핵 굿즈’를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현장에는 ‘응원봉과 함께 한 모든 날들이 좋았다’고 적힌 펼침막이 내걸렸다.
5일 오후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 대행진’가 시작되기 전 시민들이 깃발에 앞으로의 바람을 적고 있다. 박고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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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전날 파면 선고 당시의 감동을 전하면서도 “파면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산에서 온 이효동(51)씨는 “원래 묵묵한 성격인데 어제 파면선고 순간에는 소리를 질렀다. 점심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이어 “내란 세력을 처벌하고, 차별금지법, 비정규직 문제 같은 과제들도 아울러 해결돼야 진정 내란 사태가 마무리 되는 것인데 대통령 선거로 넘어가며 이런 이야기들이 묻힐까봐 걱정이 돼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5일 오후 서울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연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에서 참석자들이 자축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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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품고 바람을 타는 사람들’이 적힌 깃발과 함께 그간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했던 직장인 배아무개씨는 “어제는 환호하다 울고 환호하다 울었다. 다같이 이뤄냈다는 울림이 컸다”고 말하며 또다시 울먹였다. 그의 짙은색 깃발에는 전날 시민들이 함께 적어 준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된다’ ‘투쟁-누구나’ 같은 문장들이 흰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배씨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소통하고 포용하고 연대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5일 오후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 대행진’에 참여한 시민이 굿즈를 만들어 시민에게 전했다. 박고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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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아무개(38)씨도 “퇴근하고 누나랑 고기도 먹고, 탄핵 콘서트도 구경하고, 밀린 스포츠 경기도 몰아봤다”며 전날 파면 선고 이후 되찾은 일상을 전했다. 이어 “장애인이나 빈민은 차별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답답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소외받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 범시민 대행진은 “그 가슴 벅찬 선언을 여러분과 함께 한번 더 또박또박 세상에 남겨보려 한다”는 사회자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이윽고 시민들이 일제히 외쳤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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