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숨진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소속 구조대원이 사망 직전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 이스라엘군의 해명과 달리 적신월사를 상징하는 초승달 모양 표식이 분명한 구급차량들이 전조등과 비상등을 켠 채 도로를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가지지구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 및 유엔 소속 구조대원들이 모래더미에 집단 암매장된 채 발견돼 파문이 인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전쟁 범죄를 뒷받침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5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지난달 23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 외곽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숨진 구조대원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구급차와 소방차 여러 대가 비상등과 전조등을 켜고 달리다가 길가에 멈춰 있는 또 다른 구급차량을 발견하고 차를 세운 뒤 접근하는 모습이 담겼다.
길가에 있는 구급차는 부상당한 민간인을 구하기 위해 먼저 출동했다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상태였다. 먼저 출동한 구급차가 총격을 받아 의료진 2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3명이 차량 다섯 대에 나눠타고 동료들을 찾기 위해 출동했으나 연이어 모두 희생됐다.
곧이어 카메라가 흔들리고 검은 화면만 나타났으나, 오디오는 5분 가량 더 녹음됐다. 영상에는 끊임 없는 총소리, 군인들이 히브리어로 명령하는 소리, 구조대원이 죽기 전 샤하다(이슬람 신앙고백)을 반복해 외우는 소리가 녹음됐다. 구조대원이 죽기 전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이게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선택한 길이에요”라고 말하는 소리도 녹음됐다.
군인들이 구조대 표식이 명확한 차량과 구조대원들을 향해 총탄을 퍼붓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것은 물론, 당초 이스라엘군이 내놓은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드러나며 전쟁 범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조등이나 비상등을 켜지 않은 채 작전 지역에 진입해 이스라엘군에 접근하는 수상한 차량 여러 대에 발포했다”며 무력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달리 영상에서 구급차량들이 모두 비상등과 전조등을 계속 켜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차량 외부와 구조대원들의 복장에도 구조대임을 알리는 표식이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15명 중 8명은 적신월사 소속이었으며 6명은 민방위 대원, 1명은 유엔 직원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라파 외곽에 출동했다가 연락이 끊겼고, 14명은 실종 일주일 뒤인 지난달 30일 라파의 모래 언덕에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나머지 적신월사 소속 1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이 타고 간 구급차와 유엔 차량도 불도저에 의해 완전히 구겨져 모래더미에 파묻힌 채 발견됐다.
특히 희생자 중 일부는 손과 발이 결박된 채로 총상을 입어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의도적으로 처형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스라엘군이 전시 중에도 국제법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의료진과 구조대원을 차례로 살해해 집단 매장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총재 유니스 알카티브 박사는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피해자 시신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 등 증거로 봤을 때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고의로 처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알카티브 박사는 “피해자들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표적이 됐다”며 이스라엘이 이들을 죽여놓고도 며칠 동안 행방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023년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다 숨진 구조대원과 의료진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비무장한 구조대원 14명이 한꺼번에 암매장된 채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1일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도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료진과 부인, 딸 등 일가족 3명이 공습에 숨지며 이스라엘군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 “구조대·의료진 손·발 묶고 조준사격”…이스라엘 전쟁 범죄, 막을 길도 없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031637001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