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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목)

트럼프발 ‘R의 공포’에 미 증시 이틀 만에 10% 폭락···글로벌 경기침체 본격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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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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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경기침체’의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이틀 만에 10% 넘게 급락하며 약 1경원이 증발했고 경기침체 우려에 각국 은행주 및 원자재 가격은 폭락했다. 원·달러환율 역시 단숨에 1460원선에 복귀하는 등 실제 침체로 이어지면 국내 금융시장도 충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상호·기본관세를 발표한 지난주는 세계 금융시장에 악몽이 됐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전장 대비 5.82%, 5.97% 급락했다. 2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 뒤 이틀간(3~4일) 각각 11.4%, 10.5%나 폭락했고, 미국 증시에서 증발한 금액만 약 6조6000억달러(약 9645조원)에 달한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세계 2차대전 이후 S&P500이 이틀간 10% 넘게 하락한 것은 1987년 블랙먼데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대규모 경기침체에 준할 정도로 관세 발표 충격이 컸다는 의미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 금 가격이 하락한 것도 미 증시가 급락하자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가들이 급등한 금을 팔아 유동화에 나선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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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뿐만 아니라 이날 영국 FTSE(-4.95%), 유럽 유로스톡스600(-5.12%) 지수도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고 낙폭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45.31까지 올라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전날보다 32.9원 내린 달러당 1434.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야간거래에서 26.9원 급등해 1461원에 마감했다. 이날 일일 변동폭은 32.30원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41.50원) 이후 가장 컸을 정도였다.

지난 3일은 관세 발표의 직접적 영향으로 시장이 흔들렸다면 이날은 중국이 고강도 보복관세(대미 수입품 34% 추가관세)를 예고하면서 세계 경제가 관세전쟁으로 인한 침체에 빠질 것이란 공포가 시장을 잠식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관세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경고한 데다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일축한 것도 충격을 더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미국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을 1.3% 성장에서 0.3% 역성장으로 변경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원자재는 일제히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관세 발표 후 2일간 13.6%나 하락하며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구리 현물은 9.7%, 은 선물(5월분)은 15.6% 폭락했다.

특히 경기의 ‘풍향계’로 불리는 은행주 낙폭이 크다는 점에서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은행주 지수는 관세 발표 이후 이틀간 15% 내외 급락했고, 특히 일본 은행주를 모은 ‘토픽스 은행지수’는 지난주 20%가량 급락해 지난 40년 새 최고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은행은 관세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지만 경기침체로 기업 투자와 가계의 지출이 줄어들면 대출 수요가 감소하고 수익이 급감해 타격을 받는다. 경기침체 국면마다 은행주는 급락세를 반복해왔다.

장 마감 후 중국 보복관세가 발표되면서 국내 증시는 타격을 피했지만 관세전쟁 영향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고 이번 트럼프 정부의 10% 보편관세를 감안하면 성장률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어 외국인 입장에선 이탈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이탈이 계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 역시 하락세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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