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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목)

보복하거나 협상하거나…'트럼프 관세' 대응 분주한 세계 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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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 사용한 차트에 한국의 관세가 25%(빨간 네모 안)로 표기돼 있다. 연합=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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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각국 대응이 분주해지고 있다. 즉각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거나 저자세를 취하며 대화에 나서는 등 두 갈래로 대응책이 엇갈리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결국엔 중국을 미국의 대안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10% 기본관세가 전 세계에 발효됐다. 국가별 상호관세는 오는 9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지정한 예외 품목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 이미 10% 기본관세가 부과됐고, 9일부턴 25%로 올라갈 예정이다.

34%의 상호관세를 포함해 총 54%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은 즉각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지난 4일 “오는 4월 10일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국제 무역 규칙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국 군수 기업 16곳에 대한 이중용도 물품(군수용·민간용 모두 사용 가능한 물품) 수출을 금지하는 한편,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20% 관세를 일괄 부과받은 유럽연합(EU)도 강경 조치를 예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이번 조치가 초래할 막대한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며 “세계 경제는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결렬되면 오는 13일부터 총 260억 유로(약 42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적인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대립이 아닌 대화로 나아가자”며 협상 여지는 열어놨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저자세를 취하며 협상을 통한 조율에 나서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4% 상호관세 부과 이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협의를) 다음 주 중에 하고 싶다”며 정상 간 직접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복 관세에 대해선 “모든 선택지가 있지만, 서로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겠냐”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46%라는 막대한 상호관세 폭탄을 맞은 베트남도 또럼 공산당 서기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산 수입품 관세 인하를 약속하는 동시에 미국산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관세 전쟁을 펼치고 있다. 3일 플로리다 마이애미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지난달 5일 전인대 개막식의 시진핑 주석.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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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무차별적인 상호관세를 통해 향후 각국 간의 무역 협상에 우위를 차지하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오히려 중국이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세가 시진핑의 날을 만들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무역 전쟁이 중국에 전략적 선물을 안겼다고 밝혔다. 미국의 우방국임에도 고율 관세를 얻어맞은 한국·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 모두 중국을 대안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WSJ은 “미국은 수년간 외교를 통해 유럽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막았지만, 이젠 프랑스·독일 등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무역 사절단이 다시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트럼프 행보로 반미정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중국도 이번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번 상호 관세 부과로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2%포인트 하락하고, 대미 수출은 약 60%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이 추구해온 ‘중국 고립 정책’이 사실상 와해되면서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상호관세 부과로 ‘황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며 “유럽 등 동맹국들은 미국의 ‘중국 고립’ 정책에 협력할 이유가 없어졌고, 이는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 미국이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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