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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부추기는 정치권…이젠 기업 뛰게할 입법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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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이 최근 매일경제와의 대담에서 정치권을 향해 "더 이상 국민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면서 민생 안정을 위한 입법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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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국이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서 가뜩이나 저성장 파고와 트럼프 관세 후폭풍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은 경제위기 상황 앞에서 서로의 이념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협치를 통해 기업 활력과 민생 안정을 위한 입법에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을 향해서도 손 회장은 "더 이상 국민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며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요청했다.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 분열까지 덮쳐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보호무역 확산과 내수 부진 등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계엄 이후 정치적 혼란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손 회장과의 일문일답.

―국민 분열과 양극화가 심해졌다.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정치의 기본 덕목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다. 정치권이 분열된 국민 마음을 하나로 모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상호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부탁드린다. 이제 정치권은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기업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을 위한 입법 마련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계엄 이후 정치적 혼란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올해 우리 경제는 1%대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회복이 쉽지 않다. 특히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뒤처지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 그러나 국회는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입법 대신 노조법·상법을 비롯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들만 논의해왔다. 매우 안타깝다.

―정부·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과 기술에 더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들과 세계 시장에서 힘들게 경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경쟁력이 무섭게 올라갔다. 중국산 전기차, TV, 로봇청소기 등은 한국 시장에까지 침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은 하락하는 추세다. 강력한 시장 규제, 경직적 노동환경, 정부 지원 부족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밀어줘야 한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 첨단산업 보조금, 세제 지원 확대 같은 입법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으로 불리는 주52시간 예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인재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근로시간 규제까지 겹쳐 첨단 기술 개발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직종에 주52시간제를 면제하라는 게 아니라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달라는 것으로, 국회가 '반도체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주길 바란다. 향후 반도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2차전지, 바이오 같은 산업 지원 차원에서 근로시간제 유연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나라들은 노동시간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미국과 독일은 정반대 사례다. 독일은 과거 엄청난 반도체 강국이었지만 근로시간 규정이 생기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반도체 개발자들이 연구 중간에 일을 끝내야 하다 보니 반도체 연구가 맥이 끊겼다. 지금 독일 반도체는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 반면 미국은 근로시간 제한 자체가 없다. 엔비디아의 성공을 봐라. 일본은 새로운 기술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면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가 가능하다.

―정년 연장에 대한 견해는.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일률적·강제적 방식 정년 연장은 그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된다.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킨다. 청년 고용 악화로 인한 세대 간 갈등도 우려된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고령자 일자리를 확대해야 청년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있다. 나이가 많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인데, 직무·성과에 맞게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의견은.

▷연공제 기반 임금체계는 바꿔야 한다. 일 잘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은 더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줄이는 게 상식이다. 일본에서는 사회적 합리성이 있는 취업규칙 개정은 노사 합의 없이도 변경 가능하도록 노동계약법에 명문화했다. 그런데 한국은 임금체계를 바꾸려면 노조 동의가 필수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노조 '동의'를 '의견 청취'로 완화해야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은.

▷기업은 미국 내 투자 파트너십 구축 같은 현지화 노력과 함께 수출입 네트워크 다변화로 공급망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한미 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미국과 소통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인사와 공식·비공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미국 통상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협상 패키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상속세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상속세에 대한 입장은.

▷상속세 때문에 기업을 포기하는 중소기업을 많이 봤다. 한국은 자녀에게 기업을 상속할 때 명목세율이 최고 60%(최대주주 할증 반영)로 사실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지나치게 높은 세율은 기업가정신을 제약하고, 기업가치 상승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또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투자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 박제완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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