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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목)

[사설] ‘트럼프 관세’ 협상 시도하되,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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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그를 풍자한 풍선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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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발표한 ‘상호 관세’가 가장 먼저 미국 경제의 발등을 찍으면서 후폭풍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 미국 주요 지수가 일제히 폭락하며 트럼프 진영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가장 큰 ‘표적’인 중국이 34% 맞불 관세를 쏟아내는 등 국제사회의 반발도 만만찮다. 두달 뒤면 물러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 위기에 적극 대응하긴 힘들다. 미국과 필요한 소통은 이어가되,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를 좁히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트럼프가 상호 관세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3~4일 이틀 동안 나스닥 종합지수는 11.4%,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10.2%, 다우지수는 9.3% 하락했다. 이틀 새 뉴욕 증시에서 시가 총액이 6조6천억달러(약 9600조원)나 증발한 셈이다. 주요 원인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다.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이번 상호 관세로 물가가 단기적으로 1.3% 오르고,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에선 거센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5일 “이상적인 형태는 미국과 유럽이 모두 무관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했고,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 역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가 협상 지렛대로 단기간에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5일엔 미국 전역에서 반트럼프 집회가 열렸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반발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미국과 전세계를 뒤흔든 이 조처가 ‘전혀’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애초 이번에 나온 상호 관세율이 ‘기존 관세와 기타 무역 장벽을 조합해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미국이 각국과 기록 중인 ‘상품수지’를 ‘해당국으로부터 수입액’으로 나눈 값의 절반이라는 단순한 수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을 통해 먹고살아온 우리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보복 조처를 내놓았고, 베트남은 대미 수입 관세를 없애겠다며 납작 엎드렸다. 우리와 비슷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향후 대응을 숙고하는 중이다. 당분간 이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국내의 피해 기업 등을 위한 대책 마련에 치중해야 한다. 섣불리 저자세로 미국에 끌려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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