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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머스크 “美·유럽 간 관세 반대”... “트럼프 손떼라” 美60만명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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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워싱턴 DC 워싱턴 기념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Hands Off!(손 떼라!)”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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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친구(퍼스트 버디)’로 불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가 벌이는 ‘관세 전쟁’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를 지지한 뒤 미 전역으로 번진 반(反)테슬라 시위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머스크가 정치와 사업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으며 트럼프와 결별 수순을 밟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미국 캘리포니아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손을 떼라(Hands Off)' 반(反)트럼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트럼프와 머스크의 사진을 든 채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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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5일 이탈리아 극우 정당 라리가(La Liga)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미국과 유럽이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바란다”며 “이상적으로는 무관세 체제로 나아가 사실상의 자유무역지대를 실질적으로 창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추가 관세를 발표하면서 9일부터 유럽연합에 일괄적으로 20%의 상호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가 나온 지 사흘 만에 머스크가 트럼프의 기조와 반대되는 ‘유럽 무관세’ 주장을 펼친 셈이다.

머스크는 이날 트럼프의 관세 책사로 불리며 관세 전쟁의 ‘사령관’으로 일하고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도 비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X에 한 사용자가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댓글로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자아(ego)가 두뇌(brains)보다 크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심복이 된 테크 억만장자가 대통령과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다른 사용자가 나바로의 CNN 인터뷰에 관한 게시물을 올리자 이에 “그는 뭐 하나 이룬 게 없다”란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는 트럼프 취임 이후 연방 공무원 감축에 앞장서며 트럼프의 ‘행동 대장’ 역할을 했지만 사업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상호 관세 발표 이후인 지난 3일 5.5%, 4일엔 추가로 10.4% 폭락했다. 이틀 사이 시가총액이 1394억달러(약 203조7000억원) 사라졌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0% 이상 하락해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최고가와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다.

머스크는 중국 상하이에 테슬라 공장을 운영하는 등 그간 중국 정부와 밀착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촉발한 ‘미·중 관세 전쟁’으로 중국 내 대미(對美) 여론이 악화할 경우 사업적 손실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파는 전기차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부품 중 상당수는 중국 등 외국산 수입품이기 때문에 관세 인상은 비용 증가와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상호 관세와 별도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목 관세 25%를 3일 0시 1분부터 이미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反)트럼프 시위는 머스크까지 공동 표적으로 삼고 있다. 5일 인권 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 권익 옹호 단체 등 150여 민간 단체는 미국 곳곳에서 1400건 이상의 시위와 행진을 했다. 수도 워싱턴 DC의 워싱턴기념탑 주변에도 수만 명이 운집해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는데, 이들은 연방 공무원 대폭 감축 및 연방 정부 조직·프로그램 예산 삭감 등의 정책을 주로 문제 삼았다. 뉴욕 맨해튼에서도 중심가인 매디슨애비뉴를 중심으로 수만 명이 주말 시위를 벌였다. 미 언론들은 이날 시위에 6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이날 미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시위의 구호는 ‘손을 떼라(핸즈오프·Hands Off)’였다. 미 국민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말고 잘못된 개입을 멈추라는 뜻이다. 참가자들은 머스크가 주도한 공무원 해고 및 연방 조직 대규모 축소, 잇따라 발표되는 관세 인상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조짐, 이민자 추방 및 성소수자 권리 축소 등 트럼프가 취임 후 강행해온 주요 정책과 여파를 모두 비난했다. 지난 4일 뉴욕주(州) 교육청이 “트럼프 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폐지 정책에 따르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등 진보 성향 주와 도시의 반발도 확산될 분위기다.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우군으로 분류됐던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미국이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 2026년 중간선거는 대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2년마다 하원 435명 전체, 상원 100명 중 3분의 1을 뽑는 선거를 실시하는데 트럼프의 과격한 정책들이 2026년 선거에서 표심(票心) 이탈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한편 미 정치권에선 우방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의 무차별적 관세 전쟁이 아시아에서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미 상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안 토론에서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이번 주 초 처음으로 중국·일본·한국이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사진을 보았다. 나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사진은 지난달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 사진이었다. 트럼프 관세에 공동 압박을 받는 한·일이 중국과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할지 모른다고 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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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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