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25.4.4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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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22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요지 낭독을 끝내자 재판관 8명이 일어서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18일 퇴임하는 문 권한대행이 자신의 뒤를 이어 권한대행을 맡을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두드린 장면을 제외하고는 8명 모두 별다른 표정 없이 퇴정했다.기존 탄핵심판 때는 선고 후 재판관들이 함께 식사한 적도 있지만, 이날 재판관들은 별도의 모임 없이 곧바로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신변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 외부활동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경호 역시 당분간 계속된다.
● 3834자 결론에 드러난 만장일치 노력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재판관들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부터 4일 선고까지 111일 동안 만장일치 결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8명의 재판관들이 수십 차례 머리를 맞대 ‘고통스러운 합의’를 거듭하고 극적으로 지혜를 모아온 끝에 전원일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역대 최장 심리 기록을 남긴 배경에는 만장일치 결정을 통해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회통합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재판관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결정문 ‘결론’ 부분에 재판관들의 합의 과정이 녹아있다는 평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헌법 1조 1항으로 시작해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위반하였다’고 끝나는 결론이 만장일치를 위한 최종 관문이었다는 것이다.
헌재는 결론에서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 선포 및 그에 수반한 조치들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피청구인이 가지게 된 이러한 인식과 책임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느꼈을 정치적 책임감은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으면서도, 계엄과 같은 비민주적 방식이 아닌 ‘민주주의 정치’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동시에 담은 것이다.
재판관들은 이 같은 결론을 작성하기 위해 1일 평결 후에도 매일 두 차례 이상 평의를 열었고, 4일 아침에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재판관 서명도 선고 직후 이뤄졌다. 파면 결론이 유출되지 않도록 종이 출력 대신 이메일로 선고 요약본을 공유했고, 참여 연구관도 최종적으론 3, 4명 만 남겼다고 한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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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차적 쟁점도 숙의로 합의
재판관들 의견이 초반부터 모아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검찰 조서 증거 채택 여부’를 두고 의견 차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검찰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인신문 방식을 두고도 견해 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헌재는 증인 1명당 신문 시간 90분으로 제한하고 추가 발언을 제한했는데, 윤 전 대통령 측은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관들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면서도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앞으로 더 엄격히 하자는 보충 의견을, 김형두 이미선 재판관은 기존처럼 완화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내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증인신문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재차 불러 신문하는 방식 등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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