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갖고 있는 ‘문제적 기록’은 화려하다. 미국 역사상 두 번이나 탄핵 소추된 유일한 대통령이며, 중범죄자 꼬리표를 달고 취임한 첫 대통령이다. 그런데 재취임 두 달 만에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하게 됐다. “억만장자는 권력에서 손을 떼라”는 뜻의 대규모 ‘핸즈오프(Hands Off)’ 시위를 촉발한 대통령이 된 것이다. 요즘 미 전역은 반(反)트럼프 시위로 들끓고 있다. 5일(현지 시간)에만 50개 주, 1300여 개 지역에서 핸즈오프 시위가 벌어졌고 60만 명이 참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라’ ‘사회보장에 손대지 마라’ ‘관세가 무섭다’ ‘교육에서 손 떼라’ 등 각양각색의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무역 정책, 공무원 대량 해고, 복지 축소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인 시위로 분출된 것이다. 시위 현장에는 트럼프 못지않게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이끄는 ‘퍼스트 버디’ 일론 머스크를 규탄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트럼프 2기에서 해고된 공무원이 벌써 1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특히 전 세계를 향해 융단폭격 식으로 퍼부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증시부터 박살내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상호관세 발표 직후인 3, 4일 이틀간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10% 안팎 급락하며 팬데믹 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장을 연출했다. 미 증시는 관세 폭탄을 맞은 나라들보다 더 많이 떨어져 이틀 새 1경 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같은 폭락 장세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어서 더 무섭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미국 유권자의 절반 이상(54%)이 트럼프 관세 정책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올 초만 해도 관세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반대보다 많았던 것과 딴판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세운 높은 관세 장벽이 미국 내 물가를 높이고 해외에 공장을 둔 미국 기업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직설적 표현으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을 정도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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