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권력 분산형으로, 협치·협력 제도화”
국민의힘과 민주당 비명계 긍정적… 이재명, 입장 안 내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국회 사랑재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할 것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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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改憲)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발표한 특별 담화에서 “개헌은 지난 4개월, 극심한 갈등과 혼란으로 온 국민이 겪은 고초를 대한민국 대전환의 기회로 바꿔내자는 시대적 요구”라며 이같이 말했다.
개헌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해 온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자 이날 ‘개헌 로드맵‘이 포함된 공식 제안을 내놨다.
우 의장은 “국회 각 정당에 개헌 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 헌법개정특위(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개헌 방향과 관련해서는 “권력 분산과 협치·협력의 제도화”를 제시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 구조의 개편 등을 골자로 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계엄·탄핵 사태 이후 정치권에선 “정치권이 조속히 개헌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과 국회 과반 다수당 권력이 충돌해 빚어진 헌법 질서 위기를 계기로 권력 분산형 통치 구조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는 대통령 권한 분산과 국회의 민주성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춘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그래픽=이철원 |
◇‘4년 중임제’ 공감… “개헌, 권력 진공 상태인 지금이 적기”
우 의장은 이번에 개헌이 성사될 경우 조기 대선에서 당선되는 차기 대통령에게 바로 적용할지와 관련해서는 “개헌특위에 맡기겠다”고 했다. 현행 헌법에선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당시 대통령에 대해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6월에 선출될 차기 대통령의 경우 새 헌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우 의장은 이날 조기 대선에선 권력 분산형 대통령 중임제 등 권력 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부족한 내용은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 추가로 하자는 단계적 개헌론을 제시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 임기 초에는 개헌이 국정의 블랙홀이 될까 주저하고, 임기 후반에는 레임덕으로 추진 동력이 사라진다”며 “이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했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후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그 후 국회 표결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후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과반 투표와 과반 찬성으로 개헌이 확정된다. 재외국민 투표가 제한된 현행 국민투표법이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해 국민투표법 개정도 필요해 조기 대선 전에 개헌을 마무리하기는 시간상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의지만 있으면 시한을 넘기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저도 내년에 개헌을 하는 투표를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자고 말씀드렸다”며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권한을 축소시키고 국회도 권한이 축소돼야 삼권분립이 된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시대를 바꾸기 위해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저는 (차기 대통령) 3년 임기 단축을 약속하고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유정복 인천시장도 페이스북에서 “서둘러 개헌을 추진하면 조기 대선 전에도 개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 국민의힘의 다른 주요 인사들도 우 의장 제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역시 최근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포함한 각자의 개헌 구상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개헌특별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개헌은 ‘권력의 진공 상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금이 적기”라며 “(우 의장 제안대로) 우선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내용부터 먼저 이번 대선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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