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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만 바라보는 '개헌'... 우원식 "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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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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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개헌' 논의가 본격화했다. 불법계엄 사태에서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6일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며 물꼬를 텄다.

관건은 키를 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달렸다. 조기 대선 국면의 절대 강자인 이 대표는 아직 개헌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그사이 민주당 지도부와 친이재명계는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우 의장 제안에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이미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과 연동된 다양한 개헌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선일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87년 체제의 산물인 ‘5년 단임제’의 시대적 소명이 다한 만큼, 새로운 통치 체제를 도입해 정치권의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우 의장은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하자는 것”이라며 “부족한 내용은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2차 개헌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단계적 개헌이다. 개헌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이견이 불가피한 만큼 합의 가능한 부분이라도 먼저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대통령 임기 조정 △책임총리제 △행정수도 세종 이전 등이 우선적 논의대상으로 꼽힌다.

우 의장은 개헌에 어떤 부분을 담아야 할지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여야 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국회의장 직속 ‘개헌 자문위원회’는 대통령 4년 중임제·책임총리 임명을 핵심으로 하는 자문안을 도출해 국회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해 총리 임명권을 국회로 넘기고, 대통령의 국정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4년 중임제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개헌 논의에 거칠게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 의장의 개헌 논의에 반대한다”라며 “지금은 일단 윤석열(전 대통령)의 퇴거와 출당 등 뒷수습에 힘쓸 때”라고 올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국민들 눈에는 다들 자기 이해관계에만 집중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고 가세했다.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2일 방송 인터뷰에서 "촛불혁명 이후 혼란이 있을 때 개헌도 해야 했고 세력 재편도 해서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진영이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나"라며 "이번에는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투표에 앞서 국회의원 20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찬성이 필수적이다.

보수 진영은 이 대표를 향해 ‘개헌에 소극적’이라며 일제히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의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의 대권 주자들은 "차기 대통령 임기는 3년으로 하자"며 개헌에 적극적이다. 민주당에서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이번 대선에서 여야가 합의 가능한 범위의 개헌부터 먼저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버틴다면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우 의장의 제안대로 6월 초로 예상되는 대선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늦어도 4월 말에는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정치권이 두 달 안에 차기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을 포함한 구체적 개헌안에 합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4선 이상 중진 의원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도 (개헌 관련)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개헌 지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홀로 회피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는 건 대권 가도에 적잖은 부담이다. 이에 이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개헌에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날 한국일보에 “지난 3일 이 대표와 통화해 개헌과 관련된 얘기를 했다”면서 “이 대표가 대선 전 개헌과 관련해 두 가지를 제안했는데, 하나는 총리를 국회에서 뽑고 책임지는 '책임총리', 또 하나는 '연성헌법'(개헌을 쉽게 하도록 하는 조치)이었다"고 전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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