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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또 홍역으로 아동 사망…‘백신회의론자’ 복지부 장관 “백신 접종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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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두 번째 아동 홍역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주 세미놀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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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이 잇따라 사망하자, 그간 백신 접종에 비판적이었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입장을 바꿔 백신의 효과성과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케네디 장관은 6일(현지시간) 오후 엑스에서 “오늘 텍사스 게인즈 카운티의 홍역 사망 어린이 가족을 위로하러 왔다”며 “홍역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초부터 자신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팀을 배치해 텍사스 여러 지역에서 MMR 백신과 기타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에서 아이들이 잇따라 숨지는 등 백신 미접종자의 사망이 줄 잇자 나타난 변화다. 지난 2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내 홍역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세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세 번째 사망자는 첫 사망자처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령기 아동이며, 첫 번째 사망자와 같은 텍사스주 서부 지역 주민으로 알려졌다.

특정 지역 집단 발병에 기인한 미국 내 홍역 감염은 확산세가 폭발적이다. CD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미국 22개 주에서 확인된 홍역 감염 사례는 총 607건이고 이 중 567건(93%)가 주요 지역 집단 발병 사태 관련 사례였다. 지난해 전체 홍역 감염 사례 285건 중 198건(69%)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로, 집단 발병이 이번 홍역 유행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은 이번 집단 발병 환자 중 97%가 백신 미접종자라는 점을 들어 ‘백신 회의론’을 전파한 케네디 장관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부 장관의 차남인 케네디 장관은 과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 등의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텍사스 홍역 유행이 영양실조 영향이라고 주장하면서 비타민A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홍역 사망률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그는 홍역 감염으로 얻는 자연 면역이 백신 면역보다 낫다고 주장하고, 백신으로 사망할 수 있다며 위험성을 부풀리기도 했다.

그는 첫 홍역 사망자가 발생한 후 “MMR 백신은 질병 예방에 필수적”이라며 그간의 태도를 바꿔 백신 접종을 장려했으나 “좋은 영양은 최고의 방어수단”이라며 지론을 피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런 발언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고 꾸준히 비판해왔다.

홍역 첫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 서부 어린이병원의 의사들은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어린이 홍역 환자들을 검사한 결과, 다수의 어린이가 비타민A 독성으로 간에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병원의 최고 의료책임자인 라라 존슨 박사는 환자들이 홍역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비타민A를 사용했음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전 백신 책임자였던 피터 마크스 박사는 AP 인터뷰에서 “이것은 불필요한 죽음의 전형”이라며 “이 아이들은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정부 긴축 정책에 따라 미국 정부효율부(DOGE)는 CDC의 대규모 인력 감축과 예산 삭감을 진행 중이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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