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돈의 힘
김영은
"쉽게 못 죽는다, 곱게 안 뒤진다"
하루에 수십 번도 넘게 달콤한 유혹을 받습니다
저를 기억하시고 (누구?)라고 이름을 남겨주시면
부자의 반열에 오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황장애 걸려 몸둘 바 모르는 손가락이
대박 난다는 황금 문자에 눈이 돌아가서
'돈' 앞에서는 부모 형제도 없다는 돈의 습성
"곱게 안 뒤진다" 참 섬뜩하기도 하지만
다만, 아귀처럼 벌어들이는 능력은 부족해도
지갑 정도는 항상 두둑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올문학」, 다시올, 2023년 봄호
자본주의 경계체제에서는 돈이 절대선인 양 우리 앞에 군림하고 있다. 물신보다 위대한 신은 없는 듯하다. 교회이든 사찰이든 돈이 없으면 버틸 수 없다. 돈을 많이 모았기 때문에 교회는 대형화하고 사찰은 새 건물을 짓는다.
돈 냄새를 맡은 불가사리가 투자하라고 유혹한다.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망하기 십상이다. 돈이란 놈은 굴려야 굴러가고 돌려야 돌아간다. 돈이 있으면 냄새가 나는지 잘 맡고서 유혹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에는 온갖 신출귀몰한 수단을 다 동원해 투자를 하게끔 꼬신다. 몇해 전엔 강남의 대형교회 집사가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교인 53명을 속여 투자금 총 537억원을 가로챘다. 이 세상에는 하느님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이 시의 화자는 투자를 할 뻔했다. 보이스피싱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돈의 습성은 부모 형제도 없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부모의 유산을 놓고 형제간에 소송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형제가 원수지간이 돼 몇년을 두고 피 터지게 다투는 것이었다. 돈이 사람을 돌게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눈앞에 돈이 있거나 투자의 길이 보이면 쉽게 죽을 수도 없다. 시인은 솔직하게 말한다. 돈이 온다면 그것을 뿌리치지는 않겠노라고. '아귀'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생전에 죄를 지어 아귀도에 떨어진 인간들의 혼이 변해 만들어진 존재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탐욕스럽게 산 자가 환생한다. 주로 먹을 것이나 재물과 관련되어 죄를 짓거나 스님을 모독했거나 동물을 학대했거나 하는 등의 죄로 아귀가 된다. 물고기 아귀의 어원이기도 하다."
이승하 시인 | 더스쿠프
shpoem@naver.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