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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前과는 달라야 한다…이제 정치권이 국민에게 응답할 시간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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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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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17년에 이어 8년 만에 세 글자만 바뀐 문장을 정치부 기자로 다시 마주하게 됐다. 어수선한 정국이 일단락됐다는 홀가분함과 동시에 닥쳐올 사회적 분열에 대한 걱정이 엄습했다. 8년 전 4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다치는 참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넉 달간 이어져 온 혼란과 갈등은 8년 전보다 심했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헌재 결정 직후 탄핵 찬반 집회는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 넉 달간 국민은 ‘심리적 내전’ 상태라고 할 만큼 갈등을 겪었지만 지켜야 할 선은 지켰다.

이제 정치권이 국민에게 응답할 시간이다. 파면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겸허한 수용’과 ‘국민을 향한 사과’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의원의 불복 시사와 내부 분풀이가 이어지고 있다. 좌절감이 크겠지만 각자의 정치적 이득에 함몰되거나 과거의 망령에 매달려서는 ‘수권’이라는 미래는 없다.

일국 대통령의 파면은 승패 게임이 아니며 ‘우리가 이겼다’고 기뻐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정치권은 상대 탓보다 그동안의 무책임과 혼란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파면 선고 후 입장 발표에서 굳은 표정으로 “저와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는 물론 정치권 전체는 국민을 위로하고 통합시키는 데 진심이어야만 한다.

국민은 8년 전에도 국민의 승리가 어물쩍 특정 정파의 정치적 성과로 치환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5년 만의 정권 교체로 그에 대한 답을 보여줬다. 그동안 분열과 대립의 상황에서 상대를 탓하며 자신의 정치적 무능을 감춰 왔던, 갈등 상황을 즐겼던 이들이 누구였는지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주말을 기점으로 대립의 시간이 끝나고 회복의 시간이 차분히 다가오는 분위기다. 앞으로 50여 일 남은 대선 정국은 조롱과 비난, 혐오를 뒤로하고 ‘누구의 나라를 위하는 마음과 방식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효과적인가’를 겨루는 경연장이 되기를 바란다.

매일경제

전형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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