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39일간 거래 9665건…직전 대비 2.1배 폭증
잠실 3대장만 102건 거래…리센츠·엘스·트리지움 집중
지난달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매물 안내문. 규제 해제 직후 단기간에 거래가 활발해지며 호가가 상승한 모습이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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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된 날 바로 연락했어요. 눈치 보던 매수자들이 갑자기 줄을 서더라고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직후 인근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었다. 잠실 리센츠 30평형을 보유 중이던 그는 곧바로 매물을 내놨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신고가에 거래를 마쳤다. “언제 다시 규제가 걸릴지 몰라 빠르게 움직였다”는 그는 수천만 원대의 차익을 실현했다.
반면 같은 단지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무주택자 B씨는 갈수록 높아지는 매물 호가에 발만 동동 굴렀다. 그는 “규제가 풀렸다는 뉴스가 반갑기보다는 오히려 두려웠어요. 매수세가 붙으니 집주인들도 금세 가격을 올리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은 또 타이밍 놓쳤죠”라고 토로했다.
7일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13일부터 3월 23일까지 39일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9665건으로 해제 직전 동기간(1월 4일~2월 11일)의 4559건보다 약 2.1배 증가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 전경. 규제 해제 직후 해당 단지는 39일간 30건의 거래가 이뤄지며 매수세가 집중됐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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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활성화라기보다는 규제 완화를 기회로 본 유주택자의 적극적인 매도 움직임과 일부 투자자들의 빠른 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잠실동의 경우 거래 상위 3개 단지는 리센츠(38건), 잠실엘스(34건), 트리지움(30건)으로 모두 대규모 단지다. 이들 ‘잠실 3대장’은 매물 소화력이 높고 학군·교통·생활 인프라 등 주거 선호 요인이 집약돼 있어 자산가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단지다.
삼성동은 힐스테이트1단지가 16건 대치동은 대치현대가 10건 청담동은 청담자이가 11건의 거래를 기록했다. 강남권 대표 상급지로 꼽히는 이들 지역은 규제 해제와 함께 단기간에 거래가 몰렸다.
규제 해제 효과는 비(非)규제 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676건, 강동구는 652건, 송파구(규제 제외 지역)는 652건, 성동구는 637건의 거래가 발생했다. 특히 강동구는 신축 대단지가 밀집해 있고 강남 접근성이 좋은 점이 부각되며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입지로 무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업계에선 이 같은 반복되는 규제 완화와 재지정 흐름이 무주택자에게는 ‘기회’가 아닌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 급등하는 가격에 접근조차 쉽지 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정책은 늘 유주택자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다주택자나 기존 보유자는 정책 변화를 활용해 실익을 챙기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방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재지정된 지 2주가 지났는데 규제지역 재지정으로 인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대출 규제 및 세제 강화 조치가 다시 적용되면서 매수자들의 관망 심리가 짙어지고 있으며 시장은 눈치보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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