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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헌재했다’ 만장일치 尹 파면 ‘정치성향’ 자리는 없었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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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자살이 살자가 된다’ 일화

정계선, 서울대 의대에서 법대진학…사법시험 수석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위해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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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 8인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진보 3명·중도 3명·보수 2명’으로 분류됐지만, 이같은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게 반대의견이 없는 ‘만장일치 중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을 내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헌법재판관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재판관, 윤 전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재판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복형 재판관으로 구성돼 있다.

문 권한대행은 창원지법 부장판사 재직 시절 처지를 비관해 여관에 방화해 자살을 기도한 피고인에게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열 번만 연이어 외쳐달라”고 요청했다. 어리둥절한 피고인이 “자살자살자살자살…”이라고 낭독하자, “피고인이 외친 ‘자살’이 우리에겐 ‘살자’로 들린다. 자살이 ‘살자’가 되는 것처럼, 때론 죽으려 하는 이유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며 격려한 일화로 유명하다.

인사청문회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 때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상황에서 국회를 대체하기 위해 국가 비상입법기구를 만들려고 했는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지’ 직접 질문을 던진 유일한 재판관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으로 파면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 정형식 재판관은 8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윤 전 대통령이 지명·임명했다. 정 재판관은 지난 2018년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징역 2년6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사건 쟁점정리를 담당한 수명 재판관인 이미선 재판관은 2019년 4월 취임 당시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 기록을 경신해 주목받았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노동법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며 노동자 법적 보호 강화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유일하게 인용 결정을 내린 정계선 재판관은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으나 전태일 평전을 읽고 서울대 법대에 재입학했으며, 사법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국회 몫으로 추천을 받아 임명된 첫 여성 재판관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뇌물 사건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은 정계선, 문형배,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정미 헌법재판관, 윤석열 전 대통령, 이미선, 김형두 헌법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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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운데 중도’로 평가받는 김형두 재판관은 윤석열 정부 시절 대법원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을 거쳐 차장까지 올랐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형사합의부장·민사2수석부장 등 재판과 사법행정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한 총리 탄핵심판의 주심이었으며, 윤 대통령 사건 변론마다 두꺼운 서류 더미를 들고 와 자료를 바탕으로 꼼꼼히 질문하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정정미 재판관은 주로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 재판을 해온 고법판사 출신이다. 사법연수원 교수와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으며 대전지방변호사회로부터 두 차례 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 진보성향 재판관 3인과 함께 인용 의견을 낸 만큼, 중도이지만 진보성향을 지닌 것으로 파악된다.

김복형 재판관은 서울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수원·춘천·대구 등 전국 각 법원을 두루 거쳤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여성 법관 최초로 2년간 대법관 전속 연구관을 지냈다.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사건에선 소추 사유 중 위헌·위법이 전혀 없다는 의견을 밝혀 이목을 끌었다. 2014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감형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한창 재판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세 차례 대법관 후보에 올랐다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추천으로 올해 1월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 의해 지명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법조계에 들어섰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등을 역임했다. 한 총리 사건에서 절차를 엄격히 판단해 정형식 재판관과 함께 유이한 각하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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