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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도 곧 관세”…풍전등화 韓경제, 추경부터 신속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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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가 아주 곧 시작될 것”이라고 지난 3일(현지시간) 예고했다. 이미 25%의 자동차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 반도체까지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 1, 2위 품목이 동시에 충격권에 들어가게 된다. 오는 9일부터는 25%의 상호관세도 시행된다.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 전반이 무더기 관세에 직면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기다.

미국의 관세폭탄 여파는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어놓고 있다. 미국의 34% 상호관세 부과에 중국이 똑같이 맞불 관세를 놓자 뉴욕증시는 이틀 만에 시가총액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이 증발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낙폭이다. 시장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을 ‘팬데믹 쇼크’보다 더 큰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JP모건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 1.3%에서 -0.3%로 낮춰잡았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엔 최악의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1, 2위 최대 교역국으로, 어느 쪽으로든 타격이 막대하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구조다. 관세전쟁이 격화되면 관세 이중 부담, 수출 경로 붕괴, 실적 악화의 ‘3중고’가 한꺼번에 덮친다. 실제로 상호관세가 현실화되면 한국의 수출이 13% 급감하고 국내 부가가치도 10조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기만 하다. 국정 공백 속에 외교적 협상력도, 재정적 대응도 시원한 게 없다. 24% 관세를 맞은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와 전화 협의를 추진하고 있고, 베트남은 협상을 통해 관세를 0%로 낮추겠다며 관세 부과 연기를 요청한 상태다. 미 행정부에 따르면 50여개 나라가 협상하겠다고 줄을 섰다고 한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통상전문가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산업계가 함께 피해를 최소화할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대선정국이라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추가경정예산이다. 정부는 경북 산불피해 지원 등을 이유로 10조원 추경을 제안했지만 여야는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관세충격이 본격화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취약계층과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내수진작에 더해 관세 피해기업을 지원하려면 더 큰 규모의 추경이 불가피하다. 정치권은 관세 대응과 추경 처리에 협력해 국가경제를 지키는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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