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는 매일 기자회견이 쏟아진다.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산별노조들, 작은 노조에서도 기자회견 안내 e메일을 보낸다. 그러나 대부분 묻힌다. 현실적으로 다 취재할 수도, 보도할 수도 없다. ‘소금’ 정도는 맞아야 기사가 됐다.
산불 진압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결국 영남 지역 산불에서 산불재난예방진화대원 3명이 사망했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람이 죽어야만 이들의 노동과 처우가 조명되는 건 이번에도 반복됐다. 평균 연령 61세, ‘공공근로 직접 일자리 사업’의 재정지원을 받아 선발하는, 6~7개월의 단기계약직. 예방진화대원의 주요 역할은 산불 예방과 순찰인데 이들은 왜 산불이 커지는 상황에서 7부 능선까지 올라가야 했을까.
매일 어떤 기자회견의 목소리가 더 처절한지 따져보는 일은 서글프다. 반복되는 주장은 기사가 되기 어려워 뒤로 미뤄두면서도 뒤통수가 묵직해진다. 뉴스는 ‘새로운 소식’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도 고민이 깊어진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같은 목소리가 반복되는 것인데, 반복되었기 때문에 기사를 쓸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더욱 답답했던 건 12·3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사회의 ‘최소 기준’마저 후퇴했다는 사실이다. 2025년이 1980년으로 되돌려져 무엇을 써도 계엄과 탄핵 기사에 묻혀야 했던 지난 넉 달.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을 겨우 구속하고, 그 어려웠던 구속마저 취소되고, 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지 않는지 초조해하고 항의하면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
임아영 정책사회부 차장 |
임아영 정책사회부 차장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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