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최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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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complex) 이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고급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고유 브랜드에 외국어 애칭(pet name)까지 주렁주렁 이어붙이면서 늘어지는 탓이다. 외국어 4~5개는 해야 뭔 말인지 짐작할 정도다.
부동산(real estate) 업계에 따르면,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아파트는 전남 나주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와 경기도 파주의 ‘초롱꽃마을 6단지 GTX운정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로, 글자 수가 25자(25 characters)에 달한다. 3위는 ‘동탄 시범 다은마을 월드메르디앙 반도유보라’(19자), 공동 4위는 ‘인천 소래논현구역 에코메트로 3차 더 타워’와 ‘이천 증포3지구 대원칸타빌 2차 더테라스’(18자)로 조사됐다.
라틴어·프랑스어·스페인어·독일어까지 동원된다(be mobilized). 서울 서초구의 ‘래미안원페를라’는 한자 래미안(來美安)에 영어 ‘원(one)’과 스페인어로 ‘진주’를 뜻하는 ‘페를라(perla)’가 더해진 이름이다. 서울 강남구의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는 ‘고귀하다’라는 뜻의 독일어 ‘에델(edel)’과 ‘빛나다’라는 프랑스어 ‘루이(luire)’를 합성한 단어로, 독일인·프랑스인들이 한국 가수 로제의 노래 ‘아파트’ 가사(lyrics) 이해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못된 며느리(mischievous daughter-in-law)는 시어머니 못 찾아오게 그런 길고 난해한 이름(complicated name)의 아파트로 이사 간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그런데 세종특별자치시는 한글을 창제한(invent the Korean alphabet Hangul) 세종대왕 이름을 따서 지은 도시답게(be true to its name) 아파트 단지 이름 대부분에 외국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예를 들면 이렇다.
또 다른 아파트 단지 이름 ‘가온’은 ‘가운데’, ‘한뜰’은 ‘큰 뜰’, ‘새뜸’은 ‘새로 닦은 터’, ‘나릿재’는 ‘냇가에 있는 성’, ‘해들’은 ‘해가 따스하게 든다’, ‘호려울’은 ‘물살(water current)이 세게 흐르는 여울(rapids)’, ‘수루배’는 ‘물가에 논두렁(ridge between rice paddies)이 있는 들’, ‘머래’는 ‘멀리 있는 물가’, ‘미리재’는 ‘용 모습을 닮은 산’, ‘해밀’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 ‘모롱지’는 ‘산모퉁이 휘어 돌린 곳’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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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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