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다른 글로벌 달러 가치
유럽, 일본에선 약세 흐름 뚜렷
환율 리스크, 유연한 대응 필요
유럽, 일본에선 약세 흐름 뚜렷
환율 리스크, 유연한 대응 필요
원·달러 환율이 장초반 1,470원을 돌파했다.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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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달러화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와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고 '황금시대의 시작'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달러화 강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1기 때보다 견고해진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트럼프노믹스 2.0이 추진되면서, 미국 예외주의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 전반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월이 흐른 현재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경제 해방의 날'이라며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에도 더욱 하락하여 연초 110에 근접했던 달러 인덱스는 4일까지 5.0% 하락하며 10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당초 강달러 기대의 중심에는 고물가와 고금리의 지속 가능성이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이민제한 등 주요 정책들이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와 그에 따른 국채발행 증가도 금리 하락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안정적 고용 등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트럼프 취임 초기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보다는 미국 경제의 둔화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관세 정책에 따른 성장 하방 압력으로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약해진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상호관세를 전 세계에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미국 경기 침체우려를 더욱 가중시켜, 주가는 폭락하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유럽과 일본의 적극적인 경기대응과 미국과의 금리 차 축소도 달러화 강세를 제약하고 있다. 3월 5일 독일 정부가 발표한 부채 브레이크(신규 부채, GDP의 0.35% 이내로 제한) 규제 완화와 5,000억 유로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독일은 물론 유럽 경제 전반의 흐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올해 춘투(春闘)를 통해 높은 임금 인상률이 제시되면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주요국 간 금리 차가 좁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 우려로 금리인하 기대가 확대되면서 시장에서는 점차 달러화의 소폭 약세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화는 당분간은 각국의 성장세와 정책대응 방향,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향방과 보복관세 또는 협상 등 각국의 정책대응 강도 등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의 폭주와 글로벌 공조 체계의 혼돈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책 불확실성이 높다. 따라서 환율 전망에서도 특정 방향성을 단정 짓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신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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