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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미래 세대 위할 줄 아는 정치인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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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합의한 연금 개혁안은 젊은 세대에게 개혁 아닌 개악

이미 취업한 사람에게 유리한 정책… 신규 일자리 창출에는 치명타

실업자는 4%, 취업자는 96%니 정치인은 기득권·기성세대 옹호

하지만 미래는 젊은 세대에게 달려… 그들 이익 대변할 정치 환영해야

여야가 합의한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양당 공히 등장했다. 연금 기금 고갈 연도를 8년 정도 미룰 수 있다니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연금 수급 개시 이전에 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젊은 국회의원들이 미완성의 절충에 그친 연금 개혁을 마무리해 주고 나아가 지금까지 무시당해 온 젊은이들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 주기를 기대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재정 적자와 국채 증가를 초래하는 선심성 예산과 타당성 없는 낭비성 예산을 근절해서 건전 재정 기조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국가 채무를 660조원에서 1064조원으로 늘려 놓았다. 자본시장에서 국가가 이렇게 많은 돈을 끌어다 쓰면 금리 상승과 민간 투자의 구축, 그리고 일자리 창출의 부진을 초래한다. 고금리는 그동안 저축을 좀 해 둔 기성세대, 있는 계층에게는 이득이지만 정부의 주택 가격 안정 실패에 허둥지둥 돈을 빌려 집을 산 젊은이들과 없는 계층에게는 대재앙이다.

나랏빚은 인플레로 갚는다는 말이 있다. 재정 적자는 인플레를 초래하고, 누진과세 체제에서 세금 수입은 인플레보다 빠르게 증가하여 정부의 실질 채무 부담은 가벼워진다는 뜻이다. 재정 적자로 인한 고금리, 고물가의 부담은 젊은 세대와 없는 계층에게 집중된다. 심각한 내수 부진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곤경에 처한 것도 고물가, 고금리 탓이다. 국가 채무 증가는 만병의 근원이다.

젊은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임금은 올라가고 근로조건 개선(예컨대 근로시간의 단축)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지난 반세기 이상 우리가 실제로 경험한 바이다. 그런데 임금을 먼저 올리면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난 정부 첫 2년에 최저임금을 55% 올린 결과는 일자리 대재앙이었고, 그다음 2년간 2.9, 1.5%밖에 못 올리는 것으로 자백했다.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모든 일이 일자리 창출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통상 임금의 범위 확대,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정년 60세 의무화 등 정부, 국회, 법원이 돌아가면서 이미 취직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들을 계속해 왔다. 일단 기업의 부담이 늘지만 결국은 젊은이들의 취업난으로 귀결된다. 이러고도 젊은이들에게 결혼, 출산을 기대하는가?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는 정년 연장 움직임이다. 수명이 연장되고 인력은 부족하니 더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일정 나이를 넘어서 일을 하고 일을 시키는 것을 누가 금지한 적이 있는가? 누구나 자유롭게 언제까지라도 일하고 시킬 수 있다. 정년은 회사가 망하지 않고서는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해고 요건과 절차를 어렵게 규정한 대가로 이유를 묻지 않고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게 해 주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최소 한도의 장치이다. 대부분의 나라에는 정년이 없다. 정년 폐지가 무제한 고용 허용이다. 연장은 안 된다.

대부분 기업에서 통용되는 시대착오적인 호봉제하에서 정년퇴직자의 임금은 신입 사원의 3배가 넘는다. 한 명이 나가면 3명을 고용할 돈이 생긴다. 평균 정년이 57.3세일 때 “정년 60세 의무화”를 강행해서 젊은이들의 취업에 참담한 타격을 주었던 지난번 정년 연장의 악몽을 벌써 잊었는가? 실업자는 4%이고 취업자는 96%이니 누군가 정년 연장을 제안하면 정치인이 반대하기 어려운 줄 안다. 그래도 실업자, 미취업자를 위하는 정치인이 늘어나야 나라를 소멸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

호봉제라는 봉급 체계는 젊은 시절 좀 적게 받지만 나이 들어서 좀 더 받을 수 있는, 따라서 평생직장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사실은 노동자를 한 직장에 묶어 놓은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생직장이라는 것은 이미 사라져 가고 있고 젊은 노동자들은 평생 한 직장에 묶여 있기를 원치 않는다. 호봉제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기득권을 건드리지 않고 새로 취업하는 젊은이들부터라도 연봉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줄 정치인은 없을까?

정치인들이 이미 일자리를 차지한 기득권자의 압력에 굴해 규제 개혁을 못 해서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사례도 즐비하다. 멀리 타다의 사례가 있고 가까이 의대 입학 정원 확대의 문제가 있다. 정치인들이 조직화된 다수와 힘 있는 기득권자의 이익에 반하는 일은 아무것도 못 해내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의 이익을 중시하는 정치인들의 등장을 환영한다.

박병원 퇴계학연구원 이사장·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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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퇴계학연구원 이사장·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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