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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5 (월)

    [투데이 窓]변호사도 AI에 직업을 빼앗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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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양지훈 변호사



    그야말로 생성형 AI(인공지능) 광풍이 몰아친다. 최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엔 서로의 프로필사진을 AI 이미지 변환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바꿔 공유하는 게 대유행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챗GPT의 한국 DAU(일간활성이용자수)가 한 달 전보다 56% 급증했다고 한다(2025년 4월4일 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3월31일 불과 1시간 만에 챗GPT 이용자 수가 100만명 늘었다고도 발표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변환 이미지가 이용자를 과도하게 미화하는 '아부'가 열풍에 한몫했을 것이다.

    문제는 오픈AI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인물사진들과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스스로 올린 사진으로 AI가 어떤 학습을 하는지, 개인정보로서 초상권을 어떻게 다루는지 일절 모른다.

    같은 일은 한국의 법조계에서도 벌어진다. 며칠 전 한 변호사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는데 자신이 적극적으로 법률AI를 활용해 법원에 제출할 서면을 '생성'한다는 것이었다.

    과거엔 의뢰인에게 받은 증거문서들이 포함된 수천 쪽의 소송기록을 읽고 몇 시간, 혹은 며칠간 공들여 작성한 서면을 이제는 법률AI가 한두 시간 만에 초안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몇몇 스타트업이 법률분야 생성형 AI를 개발한다는 뉴스를 듣긴 했지만 그것을 변호사들이 적극 활용한다는 얘기는 실로 처음 들었다. 필자의 경우 법률 플랫폼을 활용해 하급심 판결을 검색하는 정도였는데 이 변호사의 AI 활용수준은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다.

    일단 모든 증거기록을 전자문서화해 AI서비스에 넣고 학습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일반적인 민사소송이라면 우리 측 증거와 상대방의 증거가 혼재돼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원고와 피고 측 각 변호사가 사실을 정리해 주장하는 서면이 학습의 대상이 된다. 물론 이 학습과정에서 의뢰인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현재 개발된 AI 특성상 학습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으며 몇 번의 대화가 오가면 양측의 주장들이 정리되는데 민사든 형사든 그 특정한 사실들을 알게 된 중앙집중화된 AI의 힘은 얼마나 막강할 것인가.

    이제 변호사는 플랫폼이 준비한 법률문서 초안을 검토하면서 자구수정과 증거 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법원에 제출하기 위한 서면을 작성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때 변호사의 직업윤리엔 문제가 없을까.

    이 이야기를 듣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 변호사가 소개한 법률AI 중 하나의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매우 복잡한 쟁점들이 망라된 판례를 들어 이를 요약시켰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판결문 속 수십 페이지에 걸쳐 긴 사실관계와 이어지는 법리가 짧은 시간 안에 두 페이지로 정리돼 나온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법률AI가 진화한 후 도제식 교육을 받는 주니어 변호사들의 역할이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신입 변호사들은 선배 변호사에게 사건을 부여받고 리서치를 통해 사실관계와 쟁점을 정리하고 서면을 작성해 선배의 일을 덜어주는 대신 동시에 이에 대한 첨삭과 피드백을 받는 교육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선배들의 일을 덜어줄 젊은 변호사를 대체하는 법률AI가 등장한 것이다. 법조계 내부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변호사 역시 과거의 전화교환수나 톨게이트요금 수납원과 같은 처지가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고급 지식노동자라고 여긴 변호사 노동시장이 풍전등화인데 다른 화이트칼라들은 어떻게 될까. 실리콘밸리에선 AI에 대비한 기본소득이 논의된다고 하는데 우리도 무언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양지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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