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역대 두 번째 규모 기술수출
고령화로 'BBB 셔틀' 기술 수요 급증
"이제 시작일 뿐" 추가 계약도 기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을 총 4조 1000억 원대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20년 알테오젠이 미국 머크(MSD)와 체결한 4조 7000억 원대 기술이전 계약에 이어 K바이오 업계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 739억 원(3850만 파운드)을 포함해 최대 1480억 원(7710만 파운드)의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한다. 단계별 마일스톤 최대 3조 9623억 원(20억 6300만 파운드)을 포함한 계약 규모는 총 4조 1103억 원이다.
그랩바디-B는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알츠하이머·파킨슨 등 뇌혈관장벽을 뚫어 약물을 전달해야 하는 질병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양 사는 이번 계약을 기반으로 그랩바디-B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크리스토퍼 오스틴 GSK 연구기술 부문 수석부사장(SVP)은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이 GSK의 차세대 파이프라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에이비엘바이오가 K바이오 사상 두 번째로 큰 ‘빅딜’에 성공한 것은 퇴행성 뇌질환 시장이 커지면서 뇌혈관장벽(BBB) 투과 기술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약물이 신체의 방어 장치인 BBB를 뚫지 못해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플랫폼은 약물이 뇌혈관장벽을 뚫고 뇌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한다. 특히 다양한 약물을 발굴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인 만큼 앞으로 확장 가능성도 크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7일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번 계약의 가장 큰 의미는 에이비엘바이오 최초의 플랫폼 수출이라는 점”이라며 “BBB 투과 기술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기술로 그랩바디-B 사업 확장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계약으로 빅파마의 수요가 증명된 만큼 앞으로 추가 계약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이 BBB 투과 기술에 대한 빅파마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고 보고있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BBB를 뚫는 것은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로 꼽혀왔다. 기존 단일항체 기반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후속 개발이 중단되고, 유럽의약품청(EMA)이 ‘레카네맙(레켐비)’와 ‘도나네맙(키순라)’ 승인을 거절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빅파마들은 이같은 기술장벽을 넘기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 애브비는 지난해 BBB 투과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 알리아다테라퓨틱스를 14억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사노피는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물질 ‘ABL301’을 기술도입해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GSK는 뇌혈관장벽 투과 기술 중에서도 그랩바디-B의 차별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비엘바이오가 뇌혈관장벽 투과에 활용하는 항체는 로슈와 알리아다가 사용하는 항체와는 다르다. 로슈와 알리아다는 트랜스페린 수용체(TfR)를, 에이비엘바이오는 IGF1R을 각각 기반으로 한다. 에이비엘바이오에 따르면 TfR은 뇌 이외 신체기관과 혈액세포에 다량 발현해 부작용 가능성이 높고 약효도 떨어진다. IGF1R 항체 기반 약물의 부작용이 낮은 반면 치료 효과는 더 높다는 의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에 처음으로 플랫폼 기반 계약을 체결했다는 데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IGF1R 기반 뇌혈관장벽 투과 기술로는 글로벌 최초의 플랫폼 기술이전”이라며 “플랫폼 기술이전인 만큼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기술을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 기술인 만큼 다른 약물 개발에도 적용이 가능해 빅파마와의 추가 계약도 이뤄질 수 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