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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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이미 미국에 상호 무관세(zero-for-zero tariffs) 정책을 통해 자동차와 의약품, 고무, 기계 등 다양한 범위의 공산품에 상호 관세를 철폐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에)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를 제안했다”며 “유럽은 언제나 좋은 거래를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로스 셰프코비치 통상 담당 위원은 지난 2월19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와 의약품, 고무, 기계 등 다양한 산품의 관세 철폐를 제안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연합이 “산업재에 대한 제로(0) 관세를 제안했다”며 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셰프코비치 통상 담당 위원도 “유럽연합은 협상에 열린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이를 강력히 선호하지만 끝까지 기다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유럽연합 차원의 보복 대응 조처를 말하기도 했다.
집행위원회는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다양한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 등이 입수한 관세 대책 목록을 보면, 유럽연합은 오렌지 주스와 오토바이, 다이아몬드 소시지, 견과류, 콩 등 여러 제품에 주로 25%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는 20%를 부과하기로 했다. 문서엔 일부 제품 관세 부과는 5월16일 발효되고, 다른 제품은 연말인 12월1일부터 발효될 것이란 내용도 적혔다고 한다. 유럽연합은 이미 두 차례 철강·알루미늄 관세 보복 대응을 예고했는데, 또 한번 시기가 미뤄진 것이다.
유럽연합은 9일 투표를 진행해 보복 조치 실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반대하지 않으면 집행위 제안은 가결된다. 셰프코비치 통상 담당 위원은 이날 상계관세(보복 관세)의 영향이 앞서 발표된 260억유로(약 42조원) 규모 보다는 작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제품 및 외국산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발표한 상태다. 유럽연합은 아직 자동차 관세에 대한 보복 조처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산 자동차의 최대 수출국으로, 유럽연합 자동차는 2.5%의 낮은 관세를 적용 받았지만 지난 3일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발효하면서 25%를 더한 27.5%로 관세가 인상됐다. 유럽연합은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 회원국과의 협의 끝에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던 미국산 버번 위스키와 유제품은 목록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번 위스키를 보복 대상으로 삼을 경우 유럽산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으름장을 놓았고, 지난 2일엔 유럽의 모든 수출품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때문에 유럽의 주요 와인·위스키 생산 회원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미국 주류를 추가 관세 대상에서 빼도록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은 미국과의 협상을 희망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브뤼셀에서도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미국에 관세 인하를 설득하기 위해 몇주 이내에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은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유럽연합에 부과된 관세 20%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미국에 대한 무관세 정책을 제안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발표가 나온 뒤 시엔비시(CNBC)에 출연해 “그런 발표를 할 때 유럽연합은 비관세 장벽을 낮출 거라고 확실히 말해 줄 수 있느냐”며 “19% 부가가치세(VAT)를 낮추고,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을 존중해 미국산 돼지고기와 옥수수, 소고기를 유럽 국가에 팔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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