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송현 에이유브랜즈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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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기능성 레인부츠 브랜드로 출발한 '락피쉬'는 현재 '락피쉬웨더웨어'라는 이름 아래 패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를 보유한 패션 기업 에이유브랜즈는 최근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8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번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이 성장 곡선의 이면에는 다소 의외의 이력이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한때 투자 분석의 최전선에 있었던 애널리스트다. 숫자에 능했고, 리스크를 잘 짚어냈으며, 미래 가치를 수치로 환산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금융권 출신의 남송현 에이유브랜즈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사)는 유행과 소비가 빠르게 순환하는 성수동 에이유브랜즈 락피쉬웨더웨어에 합류, 수치의 세계에서 감각의 산업으로 방향을 틀고 에이유브랜즈의 성장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커리어의 확장은 쌓아온 기반을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여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에이유브랜즈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진행됐다.
그는 당시 김 대표의 에이유브랜즈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라면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소비재와 글로벌 시장을 직접 경험해볼 기회라고 판단해 합류를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예상치 못한 커리어 전환은 그에게도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큰 모험이 공기업을 떠나 스타트업 창업팀에 합류했던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남 이사는 "그 당시는 모험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에는 뚜렷한 계기가 있었다. 안정적인 투자기관에서 일하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세상의 변화에서 한 걸음 멀어져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빠르게 정보를 접한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진짜 변화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변화의 최전선으로 가 있지 않으면 완전히 도태될 수도 있겠다는 큰 위기감을 느꼈다"며 "돌이켜보면 정말 겁도 없이 그 험한 스타트업으로의 길을 선택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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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트렌드나 감각을 요하는 일은 김 대표를 비롯한 능력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수치나 데이터에 기반한 일들을 맡고 있다"며 "다만 같은 재무 업무라도 산업의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게 재고관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동료들을 믿고 같이 맨땅에 부딪히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패션업계에서는 재고 인식 오류나 재고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매출에 직격타를 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수치에 민감한 남 이사는 어쩌면 그런 리스크를 가장 앞에서 감지하고, 그 파고를 막아내는 마지막 방파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적과 사람, 그 자체로 입증된 성장 가능성=그가 에이유브랜즈에서 처음 눈여겨본 수치는 '인당 매출 14억원'이었다. 당시 임직원 수는 고작 서른 명. 숫자 하나만으로도 조직의 밀도와 에너지가 짐작됐다. 남 이사는 "일당백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성장통 속에서도 과감하게 구조를 바꾸는 조직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그 실적을 오직 국내에서만 달성했다는 것이 더 놀라웠고, 더 나아가 한남동, 성수동 매장에는 외국인 고객이 80% 이상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엄청날 것으로 생각했다"며 "사실 글로벌 진출이 성장 방향으로 선언하고 그걸 PR하는 건 쉽지만, 막상 해보면 제대로 된 결과를 내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수요를 국내에서 검증한 상황이라면 실행만 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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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성장 가능성은 숫자뿐 아니라 구조에서도 읽혔다. 남 이사는 합류 당시부터 재무뿐 아니라 인사 전반을 함께 맡게 될 것으로 들었고, 그 역시 이를 기회로 여겼다.
남 이사는 "합류했을 때 임직원 수가 30명 정도였다. 인당 매출액이 14억원에 달하는데,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일당백을 하는 인재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매력적인 조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성장통이 동반되기 마련이고, 그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섬세하면서도 과감한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무 총괄뿐 아니라 인사 총괄 역할도 맡게 될 것으로 들었던 터라, 과거 원티드랩을 10명에서 200명 규모까지 성장시켰던 시도와 경험을 토대로 에이유브랜즈에 필요한 조직적 변화를 이끌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올해 에이유브랜즈는 IPO에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공모가 상단 확정과 수요예측 흥행 등 긍정적인 성과를 기록했고, 남 이사는 그 중심에서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남 이사는 "패션업계와 금융업계는 사용하는 언어가 아예 다르고, 특히 여성패션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의 투자자가 들어본 적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영역"이라며 "이에 최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에 이를 바탕으로 본질을 투자자들에게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했고,경쟁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정량적인 수치를 강조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다행히 에이유브랜즈는 합류하기 전부터 기대 이상으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충분히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남 이사는 CFO 직함 외에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역할까지 병행하고 있다. 업무의 경계를 두지 않고 조직에 필요한 모든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다만 일을 할 때 역할의 범위를 정해두지 않고, 회사가 필요로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는 편"이라며 "에이유브랜즈에 와서 처음 했던 일은 커피머신 계약이었다"며 "상장 승인 공지와 화재 대피 매뉴얼을 같은 날 전사 공지한 적도 있다. 심지어 연말 파티도 기획부터 예약, 행사까지 도맡았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식당으로 치면 내가 요리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최대한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만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서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 위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으로 '조직을 옥죄는 일'을 꼽았다. 남 이사는 "재무나 인사 규정을 엄격히 하면 사고는 줄어들 수 있지만, 성장 조직에선 비효율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외부에서 가져온 룰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특히 피해야 하며, 조직의 시기와 성격에 맞게 새로 짜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경험치는 살리되 현재 조직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의 성격이나 시기에 맞는 맞춤형 제도를 설계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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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에이유브랜즈는 인기 있는 브랜드라는 앞단의 인지도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뒷부분의 생산 방식, 유통 방식, 판매방식이 핵심적인 강점"이라며 "브랜드를 새로 인수해 건강한 구조로 리빌딩할 수 있는 것도 그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를 인수해서 재탄생시키는 것을 반복하고, 유럽에서 브랜드를 발굴하며, 한국에서 기획하고 중국에서 생산한 후 아시아 전역의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하는 한편, 더 나아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 하우스를 구축하는 것이 그와 에이유브랜즈가 그리는 궁극적인 그림이다.
남 이사는 "향후 함께 일한 분들의 일을 쉽게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나를 기억해 준다면 보람 있을 것 같다"며 "방향이 헷갈릴 때 정해주고, 불필요한 절차는 줄여주고, 갈등이 있으면 중재해 주고, 업무가 과도할 때 안 해도 될 일을 알려주는,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주는 리더이자 동료가 되기 위해 늘 노력 중"이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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