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리더십이 지켜낸 시장
곧 다가올 환율 전쟁 앞두고
능동적 외환 전략 필요한 시점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F4'로 불리는 경제 수장들의 기민한 대응 덕분이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수장들은 시장 심리를 지켜내며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하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정치 혼란은 수습됐지만 경제팀은 6월 조기 대선까지 경제를 안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시장 충격 등 대내외 경제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이달 중순 발표 예정인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역시 중요한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차별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 교역국들에 환율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관세전쟁 격화 우려가 이어진 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환전소에 원/달러, 원/엔 등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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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이미 환율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중 갈등, 글로벌 금리 불안, 신흥국 통화 불안 등이 맞물리며 환율 민감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흑자국들로 중국, 일본, 한국 등을 지목하며 그들의 통화가 너무 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언급하면서 달러 평가절하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자 환율 압박의 시작일 수 있다. 미국은 관세보다 환율을 더 효율적인 경제 무기로 활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작지만, 미국의 기준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바뀔 수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미국은 무역 흑자 규모, 외환 시장 개입, 경상수지 등 세 가지 기준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국 정치 일정과 산업 보호 논리가 더 크게 작동한다. 게다가 한국은 이미 여러 차례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바 있다. 외환 시장 개입 내역을 분기별로 공개하며 대응의 일시성을 강조해왔지만 미국 기준이 강화되면 논란은 재점화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원화 약세 국면에서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의도된 개입'으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 자금 이탈, 금융 시장 불안, 대미 수출 제한, 국가 신용도 하락 등 실질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외에도 우리 경제는 고금리 장기화, 가계부채, 부동산 불균형, 청년 체감경기 악화 등 복합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여기에 세계 경기 둔화, 공급망 불안, 중동 정세까지 더해져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주요국과의 정책 공조와 외교도 그만큼 정교하게 작동돼야 한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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