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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금과 보험

"기금형 퇴직연금, 국민연금과 달라…사각지대 근로자 품어야"[이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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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 수면 위로

푸른씨앗, 국내 유일 기금형 제도로 조명

위원회 중심의 투명한 의사결정체계

민간 운용 통해 위험 관리하며 수익률↑

국민연금과의 단순 비교는 어려워

퇴직연금 특성 반영한 자산배분 중요

지난해 수면 위로 떠 오른 퇴직연금 개혁 논의가 도입 20주년을 맞은 올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퇴직연금 단계적 의무화와 함께 수익률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예고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최근 한국형 제도 도입을 위해 자문단을 출범했고, 하반기 관련 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이 주목받고 있다. 푸른씨앗은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2022년 도입된 국내 유일의 공적 기금형 퇴직연금이다. 지난해 적립금 1조원을 넘겼고, 연간 수익률은 6.52%였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푸른씨앗이 2년간 보여준 성과는 우리나라 퇴직연금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했다.

형희환 근로복지공단 복지연금국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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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씨앗 성과 배경에는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와 적절한 위험 관리를 기반으로 한 자산 배분 전략이 있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로 꾸려진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적정한 수익률 목표와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적립금을 위탁받은 자산운용기관이 위험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며 안정적인 수익률을 도모한 결과 빠른 성장 토대를 갖췄다.

한국형 기금형 모델이 가야 할 방향도 이와 같을 것이다. 다만 '기금형'에 매몰되기보단 퇴직연금 특성에 맞는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살펴야 한다.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낮아지면 가입자 저항이 심할 수 있다. 장기 관점에서 수익률 증가를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사각지대에 있는 노무 제공자를 아우를 방안도 찾아야 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푸른씨앗 운영 담당자인 형희환 근로복지공단 복지연금국장과 적립금 운용 담당자인 류종호 미래에셋증권 중소기업퇴직기금운용팀 수석매니저와 만났다.

―푸른씨앗을 향한 관심도가 커지는 모습이다.

▲형 국장: 푸른씨앗은 2005년 퇴직연금을 처음 도입한 뒤 30인 미만 사업장 가입률이 23%에 그치고 최근 5년간 수익률도 2.3%에 머물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2년 9월 도입한 제도이다. 사업주뿐 아니라 근로자에게 재정 지원금을 주고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각종 지원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3000개소 사업장에서 11만명 근로자가 가입해 제도 초기보다 10배 넘게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은 14.7%였다. 시범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성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 퇴직연금(2%) 대비 푸른씨앗 수익률이 높았던 이유는.

▲형 국장: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선택한 운용 상품에 따라 개별 수익률이 정해진다. 대다수 근로자는 운용 상품 정보가 부족한 데다 원금을 보장받고 싶어 해 수익률이 낮은 예·적금 위주의 상품을 택한다. 반면 푸른씨앗은 근로자 퇴직급여 부담금을 기금으로 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 등에서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금제도운영위원회를 통해 자산운용계획을 수립하고, 전문 자산운용업체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에 맡긴 것이 성과를 냈다.

형희환 근로복지공단 국장(오른쪽)과 류종호 미래에셋증권 중소기업퇴직기금운용팀 수석매니저가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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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수석매니저: 지난 2년간 수익률이 높았던 요인으로는 국내외 채권 금리가 높았던 점, 주식 수익률이 높았던 점, 위탁 운용사 성과가 우수했던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 6.6%였지만 해외 주식과 국내외 채권에 분산 투자를 해 리스크를 줄였다. 해외 주식 수익률이 34.5%, 국내 채권은 5.8%, 해외 채권은 0.1%였다. 기금 전체 수익률이 목표(4.1%)보다 2.4%포인트가량 높았던 이유다.

―자산 배분 전략이 중요했던 것 같다.

▲류 수석매니저: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을 적절히 조합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주식과 채권의 연간 수익률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장기 수익률은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공단과 운용기관이 소통해서 위험을 수시 점검하는 등 적극 대응한 점도 안정적인 성과를 끌어낸 요인이 됐다. 전문운용기관이 국내 주식 운용사에 재위탁을 줄 때 운용사 선정 등에서 성과가 난 점도 있었다.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푸른씨앗처럼 '기금화'를 통한 전문적인 연금 자산 운용이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형 국장: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 기금 운용에 참여하면 개인이 할 수 없는 포트폴리오나 자산 배분 등의 효과로 수익률 면에서 확실히 이점이 크다. 정부도 퇴직연금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높일 필요성을 느껴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와 함께 기금형을 도입하는 것으로 안다.

▲류 수석매니저: 기금형은 기금 운용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푸른씨앗과 국민연금은 위원회 중심으로 목표를 정하는 과정이 투명하다. 이런 것이 기금형 제도를 안착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이지 않을까. 또 기금화 추진과 별개로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어떻게 할지 이원화해서 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운용을 잘한다고 하는데, 자산 배분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게 (성과를 내는)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예·적금 위주의 원리금 보장 투자를 하기에 수익률이 낮다.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 기반에 기금 손실이 나도 개인이 받는 연금 변화가 없지만 퇴직연금은 성격이 다른 점을 살펴야 한다.

형희환 근로복지공단 국장(오른쪽)과 류종호 미래에셋증권 중소기업퇴직기금운용팀 수석매니저가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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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내외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작년과 같은 성과가 가능할지, 올해 전략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류 수석매니저: 올해는 채권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고려하면 지난 2년간 수익에 준하는 성과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올해 자금운용계획에 따른 목표 수익률을 4.0%로 소폭 하향 조정하면서 위험 자산을 소폭 확대하고, 대체자산을 신규 편입해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고자 한다. 대체자산은 주식과 채권이 아닌 것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인프라 투자나 리츠(REITs, 부동산 투자사) 등이 해당할 수 있다.

―앞으로 푸른씨앗을 운영하는 데 있어 목표가 있다면?

▲형 국장: 올해 가입 사업장을 3만8000개소까지 늘리고 싶다. 또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무 제공자(퀵서비스·택배 기사, 골프장 캐디 등)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특히 노무 제공자는 근로자가 아니라 퇴직연금 대상이 아니고, 그러다 보니 제도 사각지대에 있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가 본인 부담으로 비용을 납부하는 가입자 계정이 있는 만큼 이들이 (제도에) 들어올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푸른씨앗 적용 사업장을 30인 이하에서 50인 또는 100인 이하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형 국장: 저소득 취약 근로자임에도 30인 넘는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어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국회에서 가입 대상을 1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는 국회에서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 의견을 듣고 있다. 논의가 잘 이뤄져 더 많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정부 지원을 받으며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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