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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패권경쟁에서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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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공지능(AI) 패권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거의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최근 발표한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목할 만한 AI모델로 평가받은 한국산은 단 1개뿐이었다. 미국은 40개, 중국은 15개가 선정됐다. 한국이 글로벌 AI경쟁에서 한참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AI 인덱스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각국 정책결정자들이 참고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AI산업 보고서다. 한국은 지난해엔 주요 AI모델 개발 부문에서 누락돼 정부와 기업이 항의한 끝에 올해 1개를 올리게 됐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독점하던 생성형 AI 주도권에서 턱밑까지 추격했다. 주요 벤치마크에서 미국과 중국의 AI모델 성능 격차는 0.3~3.7%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1년 전만 해도 13.5~31.6%포인트였던 양국 격차가 이제는 동급 수준이 된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엔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딥시크’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클라우드 사용 제한 등에도 제한된 하드웨어 자원만으로 AI 패권경쟁에서 미국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치열한 경쟁구도에 한국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목할 만한 AI모델도, 대규모 투자도, 국가전략도 부실하다. 한국의 민간 AI투자는 2년 연속 줄어들었다. 전 세계가 AI에 본격 투자하면서 미국은 160조원(전년비 62% ↑), 중국은 13조원(20% ↑)을 쏟아붓는 동안 한국은 고작 1조9500억원에 그쳤다. 15개국 중 11위로, 두 계단 더 떨어졌다. AI인재의 순이동도 -0.36으로, 2년 연속 인재의 해외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대응이 늦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과감하게 규제 정비와 연구·개발(R&D) 자금을 제공하고 중국도 ‘디지털 굴기’를 내걸고 전폭적 지원으로 자체 AI칩과 모델을 키웠다. 반면 한국은 AI지원법을 수년째 국회에서 잠재우다 지난해 말에야 겨우 통과시켰다.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첨단 기술경쟁에서 허송세월을 하는 사이 자본과 인재가 떠나간 것이다.

그나마 한국이 특허가 가장 많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만큼 기술 저변이 넓고 혁신역량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향력 있는 AI모델 개발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숫자일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생태계 조성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특히 AI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민간으로선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지금 여기서 밀리면 AI 시대 ‘기술 종속국’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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