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8일 각료회의에서 보고한 ‘2025년 외교청서.’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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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올해 외교청서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1월15일 한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체포·구속됐다”며 12·3 내란 사태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뤘다. 윤석열 정부가 2023년 3월 발표했던 강제동원 피해 제3자 변제에 대해서는 올해도 자세히 기술하며,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8일 각료회의에서 ‘2025년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올해 외교청서에서 한국 관련 부분에선 지난해 12월3일 발생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를 자세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12월3일 밤, 야당에 의해 행정이 마비되고 있다는 등 이유로 44년 만에 비상계엄령을 발동했다”며 “이튿날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계엄령이 해제됐고, 이후 국회가 헌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외교청서에는 1월15일 윤 전 대통령의 체포 과정까지만 기록했다. 제작 기간 등을 고려하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은 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는 데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지난해와 같은 표현을 적었다. “파트너”라는 표현은 지난해 14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이후 올해도 유지됐다. 일본은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 문제로 인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됐던 아베 신조 정부 때는 한국의 중요성에 대한 표현을 낮췄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일방적 양보를 하자, 2023년 외교청서에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지난해 파트너라는 단어도 추가했다.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외교청서에서도 윤 정부가 발표했던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자세히 언급했다. 올해 외교청서에도 지난해에 이어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해 현재 계류 중인 소송의 경우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될 경우 판결금 및 지연 이자는 한국 재단이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국 정부가) 표명하고 있다”고 적었다. 제3자 변제안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 문제를 한국 정부가 앞으로도 해결하라는 뜻이다. 올해 외교청서에는 “2024년 12월 현재 원고 쪽인 전 노동자(피해자) 21명에 대한 한국 재단의 지급이 이루어졌다”는 부분도 추가됐다. 지난해 외교청서에는 본문에서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이 들어 있는 “1998년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이어받고 있다”는 기술이 있었다. 올해 외교청서에는 이 부분은 본문에서는 빠지고 뒷부분 자료에서 소개되는 데 그쳤다.
일본 외교청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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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은 올해로 18년째 이어가고 있다. “한-일 간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유권을 둘러싼 문제가 있지만,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이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어떤 근거도 없이 다케시마의 불법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8년째 유지됐다.
한국 외교부는 8일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어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서울 청사로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한편 올해 외교청서에는 북한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되는 사안”이라며 “북러 협력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과 주변 지역의 안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트럼프 정권과 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해결에 일본이 계속 기여하겠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이 이뤄진 사실을 언급하며 “트럼프 정권과 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국제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해결에 일본이 계속 기여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조치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박민희 선임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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