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한 유명 IT 임원이 자신 있게 “컴퓨터 파일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인물은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대안인 큅(Quip)을 개발 중이던 브렛 테일러였다. 그는 이전에 구글 지도(Google Maps)를 탄생시켰고, 페이스북 CTO를 거쳐 이후에는 세일즈포스 공동 CEO를 역임했다.
테일러는 큅뿐만 아니라 구글 문서,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파일 관리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DOC나 MP3 같은 전통적인 파일 형식도 결국에는 플로피 디스크처럼 구식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면에서 테일러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이제 파일 관리라는 개념 자체가 젊은 세대의 기술 사용자에게는 낯선 일이 되었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쓰지 않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은 ‘덕후’에 가깝다. 누군가 워드 문서를 이메일로 보내면, 구글 독스 링크를 공유받을 때보다 더 번거롭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필자는 컴퓨터 파일을 번거로운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파일을 만들어주는 앱을 좋아한다. 기기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파일은 사용자의 통제 아래 있고, 누구도 마음대로 없앨 수 없다. 우리가 의존하는 온라인 서비스 대부분에서는 이런 자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철학이 최근 일부 기술 커뮤니티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파일 없는 미래가 가져올 타협과 한계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일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
스트리밍 서비스는 언제든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새로운 접근 제한을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실수로 사용자의 계정을 잠그는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사진이나 메시지에 접근할 수 없기도 했다. 유용했던 온라인 자료 역시 예고 없이 웹에서 사라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사용자의 통제를 벗어난 영역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파일로 직접 보관하는 것이다. 단순한 데이터 보존을 넘어, 파일은 특정 작업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사용자에게 부여한다.
요즘 필자는 대부분 글을 옵시디언(Obsidian)에서 작성하는데, 이 앱은 문서를 마크다운(Markdown) 형식으로 PC에 저장한다. 만약 옵시디언이 사라지거나, 다른 앱을 사용하고 싶어질 때도 파일을 변환하거나 업로드하거나 이전할 필요 없이 다른 마크다운 에디터로 바로 열 수 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앨범에 있는 사진을 자동으로 구글 포토에 백업하지만, 동시에 원드라이브와 PC에도 사본을 저장해둔다. 덕분에 구글의 번거로운 내보내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오프라인 우선 앱인 마일리오(Mylio) 같은 다른 솔루션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파일을 모아놓은 컬렉션은 그 자체로 당신을 말해준다. 디지털 삶 전반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며, 대부분 기술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필자의 PC 깊숙한 곳에는 ‘옛날컴퓨터(OldComputer)’라는 폴더가 있다. 필자가 가장 아끼는 디지털 타임캡로, 잊고 지낸 사진들이나 대학 시절 음악 프로젝트, 초기 웹사이트 제작물, 그리고 당시엔 꼭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민망한 AOL 인스턴트 메신저 대화 기록이 모두 담긴 보물창고다. 이런 오래된 폴더를 뒤적이다 보면 구글 독스나 스포티파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 떠오른다.
Jared Newman / Found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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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당장 모든 온라인 우선 서비스를 끊고 극단적인 파일 수집주의자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백업이나 동기화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쓰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필자 역시 여전히 편리하고 유용한 그런 서비스를 활용한다. 하지만 디지털 발자취를 더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싶다면 파일을 모으고 관리하는 습관을 삶의 일부로 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 - 코발트 툴스(Cobalt.tools)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영상 및 오디오 파일로 변환하는 무료 웹 기반 도구다.
- - 코드커팅(cord-cutting)에 관한 글에서 자주 소개되는 플레이온(PlayOn)은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 -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사는 오프라인용으로 따로 보관해두자. 싱글 파일(Single File)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웹페이지 전체를 오프라인에서도 읽을 수 있는 독립적인 HTML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또한 옵시디언은 데스크톱 앱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웹 클리퍼 기능을 제공한다.
- - 메모를 자주 하는 편이라면 다른 앱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형식으로 메모를 저장하는 앱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옵시디언이 대표적이지만, 조플린(Joplin)이나 로그시크(Logseq) 같은 앱도 있다.
- - 필자는 지난 10년 동안 음악 파일을 직접 수집하고 있다. 주로 밴드캠프(Bandcamp)에서 앨범을 많이 구매하는데, 이 플랫폼은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수익을 돌려준다. 가끔은 CD도 구입하는데, 구입하자마자 바로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저장한다.
‘파일을 소유한다’라는 개념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 옵시디언 CEO 스테프 앙고는 이를 ‘앱보다 파일(file over app)’이라는 철학으로 부르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것을 다운로드하는 것(download the things you love)’라고 표현한다. 무엇이라 부르든 간에, 필자는 이 생각이 충분히 소중히 여겨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비록 빅테크 임원은 이런 철학을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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