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구조개혁 리포트, ‘퇴직 후 재고용’ 점진적 적용 방안 제시
임금체계 개편 없던 정년연장 부작용 지적…임금개편·기업 유인책 제시
“65세 계속근로 가능할 경우 향후 10년간 성장률 0.9~1.4%p 증가 효과”
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4050 중장년 취업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이번 일자리 박람회에는 중장년 채용을 희망하는 30여 개 기업이 참여, 현장 면접 또는 채용 정보 제공 등을 통해 45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조현호 기자 hyun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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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도입을 제언했다. 10년 전 임금체계 개편없이 도입했던 ‘60세 정년연장’은 대기업·노조에 속한 고령층이 주로 혜택을 봤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한은은 8일 BOK 이슈노트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을 통해 “기업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와 기존 근로관계를 종료한 후, 새로운 근로계약(임금체계 개편 포함)을 체결해 다시 고용하는 제도인 ‘퇴직 후 재고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퇴직 후 재고용’ 방안은 기존 근로계약을 유지하는 정년연장 방식과 다르다. 오삼일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임금 연공성에서 벗어나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가능하게 하고, 근로시간 등 기타 근로조건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초고령사회를 고려했을 때 고령층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오 팀장은 “2025년부터 재고용 촉진 정책이 도입돼 65세까지 계속근로 하는 근로자 비율이 10년에 걸쳐 50% 및 70%까지 점진적으로 늘 경우 경제성장률 제고효과는 0.9~1.4%p(연 0.1%p)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재고용 촉진 정책을 도입하면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의 3분의 1 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경제·사회적 필요성과 달리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연령별 취업현황을 보면 생애 주된 일자리(근로경력 중 가장 오랜 기간 근무)를 유지하는 비율은 65세부터 30%를 밑돌았다. 연령별로 생애 주된 일자리, 기타일자리 순으로 비율을 보면 △55세 47.9%, 30.8% △60세 37.6%, 35.9% △65세 26.3%, 32.3% △70세 20.6%, 29.5% △75세 16.8%, 23%로 각각 집계됐다.
정부에서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가 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2024년 기준 노인일자리 참여 유형의 63.5%를 차지하는 공익활동형의 경우 활동 기간이 1년 미만이며 월 평균 30시간 근무, 29만 원을 지급받는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구조개혁 보고서에서 2016년에 도입된 법정 정년 60세 연장이 초래한 부작용을 지적했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고용 증가 효과는 노동조합 비중이 높을수록 효과가 컸지만 청년층 고용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6~24년에 걸쳐 청년층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정년연장으로 인해 6.9%(약 11만 명) 감소했고, 상용직 고용률도 3.3%(약 4만 명)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며 “고령층 근로자 1명 증가 시 청년층 근로자는 0.4~1.5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일수록 정년연장으로 고령자 고용이 더욱 크게 늘어났으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조정이 용이한 청년층 신규 채용 규모를 더욱 축소했음을 의미한다”며 “임금 조정 없는 정년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신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질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해외 참고 사례로 일본의 계속근로 로드맵을 제시했다. 65세 고용확보에 대해 법정 의무화까지 12년에 걸쳐 노사합의를 진행한 점과 임금을 60% 이상 조정하기도 하는 점을 조명했다.
일본은 65세 고용확보 관련해 △2000년 고령자 고용확보조치 노력 의무화 △2006년 대상자 한정 조치 의무화 △2013년 희망자 전원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 의무화 3단계 과정을 거쳤다.
연구팀은 “65세 고용확보를 위한 방법으로는 정년연장, 정년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노사가 합의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2024년 6월 기준 99.9%의 기업이 위 3가지 방식 중 하나로 계속근로 희망 고령자를 65세까지 고용하고 있으며, 퇴직 후 재고용 형태가 67.4%, 정년연장이 28.7%, 정년폐지가 3.9%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0년 전 정년연장 사례를 반추했을 때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 사업체 중에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은 8.25%에 불과하다.
오 팀장은 “일본과 달리 상용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이 높고 노사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재고용을 의무화할 경우 2016년 정년연장 당시와 같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유인체계를 통해 자율적으로 재고용 확산을 유도한 이후,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이투데이/서지희 기자 (jhsse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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